[ET시선] 차이나커머스 대응 '콘트롤타워'가 없다

중국 직구 애플리케이션(앱)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차이나커머스의 공세가 무서울 정도로 거세다. 초저가를 내세운 이들 차이나커머스의 국내 사용자는 1년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

함봉균 기자
함봉균 기자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 앱 사용자 수는 지난해 2월(355만명)보다 130% 늘어난 818만명으로 2016년 집계 이래 역대 최대다. 알리는 지난달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2위에 올라 11번가(사용자 수 736만명)를 제쳤다. 테무(581만명) 또한 4위에 올라 G마켓(553만명) 티몬(361만명) 위메프(320만명)를 앞섰다. 알리, 테무, 쉬인 3사의 사용자 수를 합하면 1467만명에 달해 쿠팡(3010만명) 사용자 수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들 3사 등의 약진에 힘입어 중국 직구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8180억원이던 중국 온라인 직구 규모는 지난해 3조2870억원으로 3년새 4배나 증가했다.

e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러다 국내 시장이 차이나커머스에 점령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짝퉁은 기본이고 불량제품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정부 당국의 관대한(?) 대응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이나커머스는 국내 셀러 역차별과 불량품·금지물품 판매, 유해·선정성 논란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며 국내 e커머스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알리를 비롯한 차이나커머스는 관세와 부가세, 안전인증(KC) 비용 등을 부담하지 않아 구매대행 등 국내 판매자가 역차별을 받는다. 최근 중국 직구 비중이 급격히 커지면서 영세 기업은 벼랑 끝까지 몰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산 짝퉁 판매 이슈 역시 진행형이고, 의약품이나 위험물품 등 금지물품 역시 차이나커머스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성인물품도 별다른 스크린 없이 노출된다. 이같은 미인증 또는 불법 상품 판매를 한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자신의 몰에서 해당 제품을 삭제해야 한다. 규제기관이 미인증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는 것을 발견하면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즉시 삭제가 안되면 바로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런데 차이나커머스는 이런 조치를 받고나 있는지, 받으면서도 과태료를 내면서 사업을 하고 있는건지 의문이다. 많은 법을 위반하면서도 당당히 사업을 늘리고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대응이 산발적이고 신속하지 못하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제야 e커머스 업계를 통해 차이나커머스의 문제 파악에 나섰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소비자 보호 의무를 위반 등으로 조사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차이나커머스 등 해외 직구 업체의 개인정보 처리 방침 등이 국내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차이나커머스가 이미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조사에 시간을 보내다 내년에야 대책을 내놓으면 너무 늦다. 알리·테무는 그 새 또 2배 이상 성장하며 부작용을 더욱 키우는 그림이 될 것이다. 차이나커머스에 대해 정부 여러 부처가 중구난방으로 각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범정부 콘트롤타워'를 만들고 국내 e커머스 시장과 소비자를 보호할 '속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