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韓 반도체, 트럼프 등에 올라타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하루 만에 대규모 인공지능(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했다.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17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압도적인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연간 6000억 달러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규모다. 활용처가 넓어지는 AI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프로젝트에는 챗GPT 운영사인 오픈AI,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오라클과 같은 미국 회사뿐 아니라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 아부다비 국영 AI 펀드 MGX가 출자자로 참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동맹국 기업들과 함께 확고한 AI 리더십 확보할 수 있도록 신속한 허가와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합작사 스타게이트는 미국 텍사스주를 시작으로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미국이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해왔으나, 이를 상쇄할 정도의 AI 반도체 수요 폭증이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AI 반도체 1위로 군림하는 엔비디아는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기술 파트너로 다량의 제품을 공급할 전망이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SK하이닉스에도 호재다. 삼성전자도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늦어지는 HBM 품질평가 마침표를 하루빨리 찍어야 할 것이다.

위기도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기간 메모리 강국의 위상을 유지해왔으나 기술과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가운데 경쟁사 마이크론이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생산능력까지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AI 추론 반도체를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들도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양산 공급할 고객사 발굴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트럼프 등에 올라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T톡] 韓 반도체, 트럼프 등에 올라타야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