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한달여 만에 한국 기업들이 아비규환이다. 내수가 얼어붙어 살 길이라곤 수출 밖에 없는 기업들이 미국 행정부로부터 날아오는 관세 화살비에 맨몸으로 내던져진 상황이다. 우리나라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지금 같은 수출 위기를 타개할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수출 기업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 보다 4배나 더 많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회원 중소기업 500개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자사 경영실적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곳이 28.0%를 차지, '긍정적'(6.4%)으로 답한 곳 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업 단체 조사 특성상 이 조사에 응한 500곳이 우리나라 수출 중소기업을 대표한다고 볼 때 이 분위기는 한국 수출기업 현상태를 고스란히 대변한다고 할 수있다.
미국의 주요 품목별 관세 부과에 이어, 아직 우리나라엔 상호관세 세부 계획도 나오지 않았는데 수출을 주력으로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은 생존마저 막막한 처지에 몰렸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미국 직접 투자를 검토하며, 한-미 정부채널을 통한 협상 추이를 지켜보는 입장이라도 된다. 하지만, 중소 납품기업들은 앞으로 미국내 현지 공장이 아니라면, 날마다 급감하는 공급 물량을 초조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이 숫자는 조사에서 처럼 미국의 관세 부과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더 뚜렷해질 것이다.
우리 대미 수출 중소기업 직격탄은 멕시코, 캐나다 등 미국과 국경을 맞댄 국가로의 수출 역시 관세 타격을 피할수 없게된 데서 연유한다. 미국이 최종 유예기간을 두긴 했지만, 캐나다·멕시코와 맺은 USMCA가 무력화되기 때문에 이 잇점을 보고 캐나다나 멕시코에 진출했던 우리 중소기업은 사실상 혜택을 몰수당하는 격이다.
중소기업은 해외 사업장 진출이나 시장 선택에서부터 각종 리스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같은 무차별적인 정부 차원의 관세 압박일 경우, 손을 쓸 수 있는 게 전무하다. 그만큼, 우리 정부 지원이 절박할 수 밖에 없다. 수출 중소기업 CEO들은 원부자재 가격변동 대응을 위한 정책·금융적 지원, 수출 보증 확대나 정책자금 직접 수혈, 물류비 지원과 한시적이지만 세제 지원 등을 우리 정부에 긴급구난신호(SOS)로 보내고 있다. 우리 수출 중소기업을 관세 전장에 외롭게 내버려둬선 안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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