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스닥 개편, 바뀐다고 믿게 만들라

정부인 금융위원회도 그렇고, 시장 관리기관인 한국거래소도 그렇고 코스닥에 대해선 모든 참여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벌써 몇십 년째 '진입은 쉽게, 퇴출은 강력하게'라더니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자본이 움직이는 시장만큼 신뢰감이 중요한 곳도 없다. 운영·관리 주체들이 믿음을 주지 못하니, 말처럼 될 리 만무하다. 말잔치뿐인 개편 계획이 무성했다가 결국 용두사미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이번 만큼은 코스닥시장을 '신뢰+혁신'으로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앞에 신뢰가 들어갔고, 예의 '동어반복'이 붙여졌다. 개편 계획 자체는 정부 문패만 갈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말임은 아마 문서를 만드는 당국자가 더 잘 알 것이다.

'이번 만큼'이란 절박성이 있다면, 하나라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바뀌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이번마저 흐지부지 다음 정부로 이어지는 같은 말 되풀이가 된다면 아마도 코스닥 참여자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과 탈출의 짐을 쌀 것이다.

다행히 곧장 한국거래소 내 코스닥본부 상장폐지 전담 팀을 현재 3개팀에서 4개로 확대하고, 앞으로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코스닥 상장과 상장폐지를 최종 의결하는 코스닥시장위원회 선임요건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한다.

사실 이 두 가지만 엄격하게 이뤄져도 절반의 성공 이상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가 분명해질 것이다. 시장에 잘못 고착화된 '(코스닥엔) 아무나 들어왔다가, 아무도 나가지 않는다'란 인식을 깨는 것까지가 어렵다. 일단 이것이 무너지면 퇴출 확대의 새 질서는 분명히 잡힌다.

퇴출 인력을 확대하는 것은 곧 퇴출 기준의 엄격한 적용과 직결된다. 주사업목적 변경 등 코스닥에서 벌어졌던 숱한 퇴행적 관행을 걷어내고, 불명확한 M&A 등 사업목적 흐리기, 투자금 유용과 같은 행위에는 시장 퇴출이라는 철퇴를 가해야 한다. 그래야 남아있는 기업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코스피 5000시대 개막과 증시 구조 개편 같은 큰 그림은 코스닥의 이같은 실질적 초기 변화를 달성하고 나서 짜도 늦지 않다. 당장은 시장에 만연한 불신을 걷어치우는 차원에서라도 “아, 코스닥이 바뀌는 구나”란 확신할 신호를 만들어줘야 한다.

백마디 말 보다 한가지 약속 실천이 중요하듯이 이번 만큼은 코스닥이 진짜 변화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금융당국이 확실히 보여줄 것은 원대한 목표가 아니라 '바뀐다'는 그 자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