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국회, 산학연이 인공지능(AI) 글로벌 3대 강국(G3) 도약을 위한 AI 인프라·모델·인재 확보에 머리를 맞댔다. 부족한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뿐 아니라 국산 AI반도체 육성을 위한 수요 창출, 글로벌 톱레벨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위한 고급 인재 양성에도 중지를 모은다.
1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G3 강국을 위한 신기술 전략 조찬 포럼'에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고동진 의원은 국가 AI 전환 가속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국회는 산학연 전문가가 모인 이번 포럼을 통해 AI 정책과제를 도출하고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천문학적 자본을 앞세운 해외 빅테크의 AI 인프라 확충 경쟁 속에 우리 기업은 인프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선도국 대비 1년 이상 기술 격차가 있고 혁신을 이끌 상위 1% 고급 인재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AI 인프라 확충, 차세대 AI 모델 개발, AI 전환 가속화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마스터플랜을 가동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연내 1만장을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총 1만8000장을 확보하고 국가 AI컴퓨팅센터를 조기 가동한다. 2030년에는 센터 내 국산 AI반도체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
아울러 국가대표 정예팀을 꾸려 글로벌 톱 수준 LLM 개발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차세대 AI 원천기술확보를 위한 1조원 규모 범용인공지능(AGI)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국회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1조원 규모의 AI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나섰다.
이날 산업계는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구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수요 기반의 AI 생태계 조성과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적극 도입해줄 것을 주문했다.
허준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는 “AI 강국으로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생태계 플레이”라며 “단순히 반도체를 잘 만들겠다는 것이 아닌 서비스단에서 어떤 수요를 원하고 어떤 특성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지 소통과 협업이 이뤄져야 맞춤형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딥시크 사례처럼 우리도 작은 성공사례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 역시 “인프라를 확충한다고 과연 수요가 창출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면서 “민간에서도 AI인프라에 열심히 투자하고 있는 만큼 민간 공급여건도 함께 고려해 공급과 수요를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들은 정부 차원에서 국산 AI 반도체의 활용을 높여줄 것을 주문했다.
신성규 리벨리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가AI컴퓨팅센터를 설계할 때 AI 훈련뿐 아니라 추론에 특화된 국산 NPU를 도입해야 국산 AI반도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서 “2030년까지 국산 AI반도체 비중을 50%까지 높이는 것도 좋지만 당장 올해부터 5%라도 NPU가 탑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성진 이노뎁 대표도 “AI 반도체 납품 관련 입찰제안요청서(RFP)에 국산 AI 반도체에 대한 가점 또는 최소한 발주 기본항목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면서 “제안서에 엔비디아로 정해져 나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는 “일각에선 국산 AI반도체가 GPU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국내 기업의 기술 경쟁력도 충분히 글로벌 레벨에 있다”고 자신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글로벌에서도 AI 모델 개발에 있어 과감한 혁신을 주도하는 그룹은 스타트업”이라며 “스타트업에 AI 컴퓨팅 인프라를 집중 지원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새로운 혁신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AI 기업의 기술특례상장 허들을 낮춰줄 것과 엣지단에서 동작하는 피지컬 AI로 진화하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한국형 AI 구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마지막으로 송 실장은 “국가 AI 역량 강화를 위해 여야정 국정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있는 추경이 신속하게 합의돼 AI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