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빠르게 산업은행의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을 위한 전담 기금에 대한 정부 보증부터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까지 나서고 있다. 점차 격화하는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1555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주당 액면가 5000원으로 3110만주를 신규 발행해 기획재정부 및 기후대응기금 앞으로 배정한다. 신주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혁신성장펀드 조성과 반도체설비투자지원특별프로그램 및 KDB탄소넷제로 프로그램에 주로 투입된다.
산업은행의 유상증자는 올해만 벌써 두 차례다. 지난 2월말에도 65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3월 LH주식을 현물출자한 뒤로도 이번까지 총 다섯차례에 걸쳐 증자를 이어가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이 지난해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에 100조원 규모 정책자금을 투입하다는 계획 안팎으로 꾸준히 자본확충이 이뤄지고 있다.
자본금 확충 뿐만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에 영향을 주지 않고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별도 기금도 조만간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산은에 설치될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에 대한 국가보증동의안을 10조원 규모로 제출했다. 향후 산은법 개정에 따라 설치될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안정적인 재원 조달을 위해서다.
정부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뿐만 아니라 김병환 금융위원장까지 연일 첨단전략산업기금 육성을 강조하며 빠른 자금 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산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4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다음주 발표할 추가경정예산안에도 관련 항목이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국회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첨단전략산업기금 출범을 위한 국가보증안 통과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관세 전쟁이라는 위기감이 목전에 다가온 만큼 반도체, 자동차 등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가 공감하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추경 발표 안팎으로 세부 항목에서 여야간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관세 전쟁 대응을 위한 산업 경쟁력 강화는 여야를 막론하고 중요한 과제인 만큼 하루 빨리 통과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