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배, 판단은 항해 후에…” 타이타닉 생존자의 편지, 5억여원 낙찰

일등석 승객이 침몰 5일전 작성
“침몰 예감했나” 예언적 내용 눈길

영화 '타이타닉' 스틸컷과 실제 타이타닉 생존자가 배 안에서 작성한 편지.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씨네힐/헨리 올드리지 앤 손
영화 '타이타닉' 스틸컷과 실제 타이타닉 생존자가 배 안에서 작성한 편지.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씨네힐/헨리 올드리지 앤 손

타이타닉호가 침몰하기 며칠 전, 일등석 승객이 작성한 편지가 경매에서 6억원에 가까운 가격에 판매됐다.

27일(현지 시각) 미국 NPR에 따르면 전날 영국 데비지스 경매에서 타이타닉호 일등석 승객인 아치볼드 그레이시 대령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 초안이 39만 9000달러(약 5억 8000만원)에 낙찰됐다.

그레이시 대령이 편지를 작성한 날짜는 1912년 4월 10일, 타이타닉호가 침몰(4월 14일~ 4월 15일)하기 불과 닷새 전이다. 편지가 작성되고 5일 후 이 배는 빙산에 부딪혀 뉴펀들랜드 앞바다로 침몰했고, 승객 약 2200명 가운데 1500명이 사망했다.

그는 이 편지에 “훌륭한 배이긴 하다. 하지만 이 배에 대한 판단은 내 여행이 끝날 때까지 유보하겠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이 편지는 11일 타이타닉호가 아일랜드 퀸스타운에 정박했을 때 발송됐으며, 런던 소인이 찍혀 다음날 12일 한 호텔에 도착했다.

경매사인 헨리 올드리지 앤 손(Henry Aldridge & Son)은 “배의 항해가 끝나기 전에는 판단을 보류하겠다는 '믿을 수 없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이 편지의 가치는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시 대령은 타이타닉호 생존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당시 뉴욕 트리뷴과 인터뷰에서 “다른사람들과 함께 물에 빠졌지만, 간신히 배의 난간을 붙잡고 살았다. 이후 캔버스와 코르크로 만든 뗏목을 발견해 그 위로 올라갔다. 그 위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타닉 참사 8개월 후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의 담당의와 가족들은 타이타닉호의 참사 충격이 그의 사망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