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e커머스의 한국 침공이 가속화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테무가 올해 한국 직진출을 개시한 가운데 이들과 함께 중국 3대 e커머스로 분류되는 징동닷컴도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징동의 첫 번째 목표는 한국 내 물류 기반 구축이다.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중국 셀러 교두보가 되는 동시에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한국 셀러 파트너가 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관세 전쟁 영향으로 인해 C커머스 침투 속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 징동, 크로스보더 물류로 한국 공략
7일 업계에 따르면 징동닷컴은 물류 자회사 징동로지스틱스 한국 법인인 징동코리아를 통해 국내 물류센터 운영을 개시했다. 인천과 이천에 자체 운영 물류 센터를 개설하고 한국 내에서 3자물류(3PL)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C커머스 업체 중 국내에서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징동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징동코리아는 인천 원창동 '메가와이즈물류센터'와 경기도 이천 'KCTC 동이천물류센터'를 각각 임차한 상태다. 이천 센터에서는 국내 펫커머스 기업, 인천에서는 국내 뷰티 기업, 미국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 상품을 각각 출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동코리아는 연내 추가 물류센터를 확보해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앞서 국내에 진출한 C커머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중 국내 물류센터를 직접 확보한 곳은 없다. 지난 2018년 가장 먼저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아직까지 물류 센터 건립 계획도 발표하지 못했다. 테무는 중국계 물류 대행사 위주로 물류센터를 확보해 물량을 나눠 놓은 상태다.
징동은 지난해 이미 한국 진출 구상을 밝혔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징동은 지난해 말 중국 선전에서 개최된 '국제 통합 공급망 전략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창고 네트워크, 항공망 구축을 전면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등에 50개 이상의 자체 운영 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커머스에 앞서 물류 기반부터 다지는 것은 징동 만의 사업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온라인몰을 열고 판매를 개시하는 것 보다는 자체 물류 기반을 구축해 고객사를 확보한 후 커머스로 확장하는 순서로 진행한다. 동남아시아, 유럽 등에 진출할 당시에도 현지 물류센터와 물류 허브를 우선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징동은 아직까지 한국어 쇼핑몰 사이트를 개설하지 않았다.
징동의 시선은 중국과 한국을 잇는 크로스보더 물류에 있다. 중국 등 글로벌 셀러들이 한국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또는 한국 셀러들이 글로벌 시장에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모두 고객사로 수용할 수 있다. 크로스보더 시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특히 뷰티를 중심으로 한국 역직구 시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또한 지난해 수수료 5년 무료라는 파격 조건을 내걸며 역직구 셀러를 모집 중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내 크로스보더 시장은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해외직구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1조95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중국 직구 규모는 1조2205억원으로 19.5% 증가했다. 전체 직구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1분기 해외 전체 역직구 규모 또한 28.3% 늘어난 7256억원으로 집계됐다.
징동은 한국 내 고객사 확보를 위해 주요 플랫폼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이 확보하고 있는 주요 고객사를 자사 창고에 입점 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해외 물류 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역직구 물류 파트너로서 강점을 내세우는 모양새다.
◇C커머스 한국 진출 가속…틱톡도 온다
징동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커머스 시장은 다시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지난 1998년 설립된 징동은 포춘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47위에 오른 중국 최대 리테일 기업 중 하나다. 미국 나스닥 상장 기업으로 이날 기준 시총은 494억 달러(약 68조2700억원)에 달한다. 국내 물류 기반을 갖춘 후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커머스 시장까지 넘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C커머스 한국 진출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직구 규제로 미국 사업이 사실상 막힌 가운데 지리적으로 가깝고 e커머스가 활성화된 한국은 대체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쉬인·테무의 경우 최근 대체 시장인 유럽에서 광고비를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물류업계에서는 징동과 같은 대형 C커머스 업체 진출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의 커머스 플랫폼 '틱톡샵'은 연말 한국 진출이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법인을 설립한 알리바바 산하의 '타오바오·티몰'이나 한국 도매 플랫폼 '도매꾹'과 손을 잡은 1688닷컴도 언제든 직진출이 가능한 유력 후보군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맞춰 최근 시바로지스 등 중국계 물류 대행사들도 보폭을 키우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미-중 무역 갈등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C커머스의 한국 진출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라며 “아시아에서 가장 구매력이 높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저가 시장 수요가 높아진 한국은 C커머스에 매력적인 대체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