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토종 OTT 육성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공정위 결정은 K-OTT 강화 전략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내년 말까지 현행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티빙과 웨이브 간 임원겸임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했다고 10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통합 OTT 출범 이후에도 기존 요금제 수준과 유사한 상품을 내년 12월 31일까지 유지해야 하며, 기존 요금제 가입자는 변동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결합으로 실질적인 경쟁 제한 우려가 일부 있다고 판단했다. 티빙(21.1%)과 웨이브(12.4%)의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33.5%로, 1위 넷플릭스(33.9%)에 육박한다. 만약 단독 상품 없이 통합 상품만을 출시할 경우 구독 요금이 실질적으로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OTT 시장에서는 티빙·웨이브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 유력한 경쟁사업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도 OTT 시장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과 혁신성장이 촉진될 수 있도록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승인 결정은 새 정부 출범 직후 K콘텐츠 육성과 토종 OTT 플랫폼 강화를 위한 첫 신호탄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OTT 같은 플랫폼도 나라가 나서고 지원해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내 OTT 플랫폼 육성을 통한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강조한 바 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반면, 유통과 수익 대부분이 외국계 플랫폼에 집중된 구조 속에서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을 갖춘 통합 OTT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 승인은 경영권 통합을 위한 사전 단계에 해당하며, 실제 합병 성사를 위해서는 양사 주주 간 최종 협의가 남아 있다. 현재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에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번 승인을 계기로 콘텐츠 투자 확대, 서비스 혁신, 글로벌 진출 기반 확보 등 합병 시너지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티빙·웨이브 측은 “양사 역량을 결집해 더 나은 콘텐츠와 시청 경험을 제공하고, 지속가능한 K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