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HALAB 김은곤 대표, “직장 내 갑질, 정보 공유로 막는다”

TAPAHALAB 김은곤 대표, “직장 내 갑질, 정보 공유로 막는다”

직장 내 부당한 대우와 '갑질'은 오랜 기간 사회 문제로 지적돼 왔다. 신고 제도와 법적 규제가 강화됐지만, 불합리한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평판 거래 플랫폼 '레퍼리(Referee)' 개발사 TAPAHALAB의 김은곤 대표는 그 이유를 “문제를 일으키는 개인의 행동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나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억제 효과가 생긴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 경험을 1:1로 거래하는 플랫폼 '레퍼리'를 개발했다.

김 대표의 아이디어는 개인 경험에서 출발한 문제의식 출발했다. 김 대표는 “입사 전에는 신규사업기획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들었지만, 실제로는 부실한 사업을 수습하는 일이 주 업무였다”면서 “더 큰 문제는 상사의 이중적인 태도와 감정 기복이었다. 많은 동료들이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그때 직장 환경이 사람의 심리와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내부 정보의 부재'가 경력 선택에서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줬고, 김 대표는 이를 해결할 플랫폼을 구상했다. '레퍼리'는 특정 회사나 팀을 검색하면, 그곳에서 일했던 평판 제공자(레퍼리)와 1:1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김 대표는 “평판 제공자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건당 1만 원의 리워드를 받는다”면서 “평판 구매자는 내부 분위기, 리더십 스타일, 팀 문화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의 핵심은 익명성 보장과 정보 공개 가능성이다. 제공자의 신원은 드러나지 않지만, 부당한 행동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를 “을의 최후의 방어막”이라고 표현했다.

'레퍼리'는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 같은 기존 플랫폼과 다른 길을 간다. “기존 서비스는 회사 전체 평가에 집중하지만, '레퍼리'는 개별 팀이나 리더 단위로 더 정밀한 정보를 제공한다”면서 “기존 플랫폼은 평판 제공자에게 보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금전적 보상을 통해 정보 제공의 질과 양을 높였다. 무엇보다 1:1 매칭으로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레퍼리'와 같은 'P2P 평판 거래 서비스'가 직장 문화를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보 비대칭 해소, 부당 행위 억제, 직장 문화 개선이 그 핵심 효과다.

김 대표도 이에 동의한다. “직장에서의 나쁜 행동은 대부분 숨겨져 있기 때문에 반복된다. 하지만 정보가 공유되면, 그 순간부터 행동이 바뀌기 시작한다. 이것이 '레퍼리'의 사회적 가치가 될것이다”고 말했다.

TAPAHALAB 개발팀은 삼성전자, 쿠팡, 서울대 출신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팀원 모두가 직장 경험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는 팀·리더 단위의 평판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하고, AI 분석 기능을 도입해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만, 평판 거래 서비스는 익명 보장과 사실 확인 절차라는 상충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대표는 “허위 정보 유포를 방지하면서도 피해자가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내부 검증 절차와 신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바라보는 최종 목표는 '레퍼리'가 필요 없는 세상이다.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직장이 많아진다면, 평판 거래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필요 없어진다. 하지만 그 변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레퍼리'는 직장인의 보호막이 될 것이다.”

김 대표의 작은 플랫폼이 직장 내 문화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그리고 '정보 공개'라는 새로운 방식이 갑질 근절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