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 회담의 분위기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정부의 숙청” 발언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최악으로 치닫던 분위기는 두 정상 간 대화가 이어지면서 급반등했다. 양국 현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과 그간의 성과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전략이 주효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거기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숙청'과 '혁명'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에 이은 탄핵·특검 정국을 염두에 두고 낸 메시지로 읽히면서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간 정상회담에서 여러 차례 돌발행동으로 상대국 정상을 궁지에 몰아넣은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날 발언은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게 사실이다.
이후 미국 측이 정상회담 시작 시각까지 늦추면서 불안감이 극대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해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불안감 속에 시작한 회담의 분위기는 두 정상의 대화가 이어지자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의 화법이 주효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리모델링된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에 대한 칭찬을 시작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사람은 트럼프' 등의 발언을 이어가자 트럼프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받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날 의지를 묻는 말에 이 대통령에게 '같이 갈 수도 있겠는데, 같이 가겠느냐. 비행기를 같이 타면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회담장 전체에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후 확대 정상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의자를 직접 빼주는 등 두 정상 간 친밀도가 한층 높아진 모습이 연출됐다.
이 대통령의 이런 접근법은 주요 현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자처하고 성과 알리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한 결과로 여겨진다.
워싱턴DC=최호 기자(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