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최저신용자들이 정부로부터 보증받은 자금조차 제 때 갚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10명 가운데 3명 가까이가 상환을 완료하지 못하면서 대위변제율이 치솟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안정적인 재정 공급을 위해 최초 대출 분은 줄이고,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선별해 전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9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정책 서민금융상품인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은 26.8%로 당초 예상한 사업손실률(20%)을 웃돌고 있다. 이 상품은 최저신용자이면서 최근 3개월 내 햇살론15 보증 상품 이용이 거절된 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의 대출을 보증한다. 돈을 빌린 10명 가운데 3명 가량이 돈을 갚지 못해 서금원이 이를 대신 보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위변제율 증가는 2022년 9월 출시된 동 상품의 거치기간이 종료된 영향이다. 본격적인 상환 기일이 도래하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로 대위변제율이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이미 금융위는 급증하는 미상환 사태에 대비해 올해 추경 과정에서도 예상 손실률을 기존 20%에서 33%까지 높이기도 했다.
금융당국에서 제도 개편을 준비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이처럼 대위변제율이 급증할 경우 신규 보증은 커녕 사업손실을 보전하는데 급급할 수 밖에 없어서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내년 사업부터는 당초 지원하던 1000만원의 대출은 전액 지원하는 대신 처음에는 일부만 지급한 뒤 성실상환자에 한해서는 전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기로 가닥을 잡았다. 지원대상을 최대한 폭넓게 유지하면서도 예산 낭비는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같은 최저신용자의 미상환 문제는 비단 정부 보증 특례보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전반적인 가계 부채의 부실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민간이 재원을 출연하는 햇살론 상품도 최근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부실채권을 한데 모아 관리하는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의 신용회복을 위한 신용 대사면을 추진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사면이나 정부 보증, 민간 금융사의 출연으로 취약계층의 부실을 변제하는 방식으로는 결국 취약층의 부실이 금융권을 넘어 전체로 번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보다 본질적인 경기 부양을 통해 심리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