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딩 전문기업 트라피구라의 리처드 홀텀 최고경영자(CEO)가 “국가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채굴이 아니라 제련”이라고 강조했다. 희소금속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제련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3일 원자재 시장분석기관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금속거래소(LME) 금속 세미나에서 “채굴은 세계 어디서든 이뤄질 수 있지만 제련·정련 역량은 특정 국가에 대한 전략적 의존을 낳는다”며 “원광은 다양한 곳에서 구할 수 있지만 제련 역량이 없다면 그 역량을 가진 나라의 통제에 놓이게 되고, 제련 능력을 보유한 국가가 스위치를 켜거나 끌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희소금속 생산은 전통적인 기초금속 제련 인프라에 의존한다”며 “연(납) 제련소가 없으면 안티모니를 얻을 수 없고, 아연 제련소가 없으면 게르마늄과 갈륨을 얻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국이 보유한 다양한 제련 인프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홀텀 CEO은 정부 역할을 강조하며 호주의 안티모니 생산 재추진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130년 된 안티모니 활자 인쇄 블록을 들어 보이며 “호주 정부의 지원 덕분에 호주 내에서 안티모니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니어스타가 추진 중인 파일럿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홀텀 CEO는 “상업생산 확대는 2026년 1분기에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홀텀 CEO는 호주를 “서방 국가 중 제련 인프라 지원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라면서 “특정 핵심광물의 수출통제 조치 이후 최근 미국도 제련 인프라 확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에는 기초 아연 제련소가 단 한 곳만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패스트마켓 보도에 따르면 홀텀 CEO의 발언은 호주 정부가 글렌코어의 마운트 아이자 동 제련소와 타운스빌 정련소에 대해 6억 호주달러(약 3억 9500만 달러)를 지원하는 금융 패키지 지원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홀텀 CEO의 발언은 즉각 업계의 관심을 촉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피구라 출신 원자재 컨설턴트 새뮤얼 바시 컨설턴트는 링크드인을 통해 “흥미로운 메시지”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