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 인공지능(AI) 수요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뿐만 아니라 D램, 낸드플래시 메모리까지 품귀다. 이미 내년 생산물량이 매진될 정도여서, 2017년 이후 8년만에 메모리 초호황기가 열릴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9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일반 메모리 제품에 대해서도 장기 계약을 체결하려는 고객이 늘고 일부는 2026년 물량까지 구매주문(PO)을 발행하고 있다”면서 “HBM뿐 아니라 D램과 낸드 내년 캐파(CAPA) 모두 사실상 완판됐다”고 밝혔다.
D램과 낸드까지 선구매가 일어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D램과 낸드는 수요가 시들해 재고로 쌓여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반도체 업체들이 주문이 몰리는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일반 메모리 공급은 제한된 반면 새로운 메모리 수요처들이 생겨나고 있어서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AI가 서버와 PC를 비롯한 기존 응용처에 이어 자율주행과 로봇 등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면서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진입을 시작한 메모리 초호황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공식적으로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언급한 건 올해 처음이다. 회사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3분기 매출 24조4489억원, 영업이익 11조3834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작성했다. '10조 클럽'에 첫 가입했으며, 영업이익률이 47%에 달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AI 수요 대응을 위한 HBM3E 12단 제품과 서버용 DDR5 판매가 늘어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후반, 평균판매가격(ASP)은 한 자릿수 중반 상승했다”며 “낸드 ASP는 10% 초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내년 메모리 업황도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D램 수요는 20% 이상, 낸드는 10% 후반 성장을 내다봤다. HBM은 2027년까지 공급 부족을 예상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