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여성 건강 발전 증폭할 '다자협력' 모델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2016년 새롭게 등장한 여성과 기술의 합성어 '펨테크'(Femtech)가 하나의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필자 역시 회사를 설립한 2017년과 지금, 약 10년 사이 관련 인지와 관심이 크게 높아짐을 생생히 체감한다. 여성 건강 증진 기술에 대한 논의와 기업이 늘어남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자칫 '여성 건강은 펨테크 산업이 해결할 일'로 여기면 분야가 지닌 잠재력을 도리어 저해할 수 있다.

여성 건강은 여성만을 위한 주제가 아니다. 세계경제포럼이 2024년 글로벌 여성건강 연합(Global Alliance for Women's Health)을 출범하며 발표한 맥킨지 건강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건강 격차 해소 시 2040년까지 매해 1조달러 이상의 글로벌 GDP 증익이 전망된다. 여성의 경제 활동 증가, 조기 사망 및 질병 감소, 생산성 호전 등이 복합작용해 낳을 수 있는 결과다. 보고서는 미집계 데이터를 감안하면 이는 최소 추정치라고 언급한다.

국가 발전에 기여할 공익 요소라는 점에서 정부가 여성 건강 문제 해결을 주도하면 규모와 범위를 보다 크게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단독으로 짐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 규모 확보와 동시에 실효를 앞당기려면 기술 발전 및 적용 속도를 고려해야 하고, 이 부분에서 민간이 해낼 역할이 분명히 있다. 여성 건강은 월경, 임신, 출산과 같은 생식건강부터 여성 고유 질환, 성차의학까지 그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특정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혁신하는 스타트업 등 기업과 손잡고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면 기술 개발 및 실용화를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 및 학계의 참여도 긴요하다. 호르몬 변화의 복잡성이나 출산과 같은 부차적인 영향 가능성을 이유로 그동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나 의료 연구가 부족했다. 미국 백악관은 2023년 11월 '여성 건강 연구를 위한 이니셔티브'를 출범하면서 약물 복용 기준, 치료, 의학 서적의 대다수가 남성의 몸에 근거함을 되짚으며, 여성 고유 질환, 여성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질환, 여성과 남성에게 다르게 나타나는 질환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를 위해 약 10억달러의 전용 펀드를 투입하고 관련 부처 및 단체를 불러 모아, 여성 건강에 특화된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연구개발을 요청했다. 여성 건강 연구의 중요성, 시급성, 공조가 잘 드러난 사례다.

살펴본 대로 여성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공공, 민간, 학계, 의료계가 단일 목표를 두고 합심하는 다자협력 모델이 요구된다.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증강할 공공, 요구사항을 끈질기게 붙잡고 창의적 방안을 제시할 기업,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효과성을 입증할 의료계와 학계까지 각기 강점을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여러 나라의 정부 및 스포츠 과학 기관이 모여 여성 운동선수에 특화된 스포츠 과학 연구 연합을 결성하는 등 다자협력 모델을 전개하고 나섰다. 여성 건강이 보편성을 지닌다 해도 인종, 환경 등 여러 특성에 따라 상이한 부분이 존재하므로 한국 여성에 집중한 이니셔티브를 추동한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산물을 기대해 봄직하다.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이로운 여성 건강 발전은 특정 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과연 여성 건강과 무관한 산업이 있을까? 각계의 주체들이 경계를 깨고 모여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지속가능하고 수준 높은 여성 건강 혁신을 일굴 수 있다. 여성 건강 발전은 전 세계적으로도 태동기에 있다. 대한민국이 다자협력 모델로 진정한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선두로 힘있게 나아가기를 그려본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ceo@happymoon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