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휴머노이드, 휴머노이드'
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로보월드 2025'의 키워드는 단연 휴머노이드였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를 앞당길 수 있게 되면서 국내외 로봇 기업들이 사람을 닮고, 사람에 유용한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었다.
◇삼성전자 “빅테크와 휴머노이드 협업 중”

삼성전자에서 로봇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오준호 미래로봇추진단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알렸다. 오준호 단장은 이날 로보월드 부대행사로 열린 '국제로봇심포지엄(ISR) 2025' 발표에서 “휴머노이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면서도 “공장에서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어서 앞으로 이런 분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 입장에서 휴머노이드는 새로운 도전이지만, 삼성은 기술 프로바이더(제공자)이자 커스터머(고객)로 풍부한 인프라를 갖고 있다”며 “액추에이터·소프트웨어·로봇 손 등을 연구 중이고, 얼마 전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했지만 빅테크와도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단장은 “휴머노이드에 필요한 센서와 카메라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캐치한다면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액추에이터를 비롯한 휴머노이드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며 핵심 부품까지 내재화하겠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한 기초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휴머노이드 시제품 출시 일정에 대해서는 “곧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까지 개발 '활발'
로봇 스타트업 에이로봇은 로보월드에서 휠 베이스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 M1'을 공개했다. 이족보행 형태인 기존 휴머노이드 '앨리스 4'와 달리 바퀴를 장착, 이동성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회사는 공간이 좁은 제조 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 활용하기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주문을 받아 생산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에이로봇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일로보틱스도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시제품을 공개했다. 내년 말까지 최종 완제품을 개발, 공장 자동화 수요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SK온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가 유일로보틱스 2대 주주인 만큼 향후 SK와 협력이 예상된다.
이동훈 유일로보틱스 전무는 “휴머노이드에 다축 관절로 구성된 로봇 손을 장착해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했고,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휴머노이드 팔 길이를 180㎝로 설계했다”며 “장기적으로는 로봇 손과 액추에이터까지 자체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스피지는 휴머노이드용 로봇 액추에이터를 선보였다. 휴머노이드는 매끄러운 움직임이 중요한 만큼 가벼우면서도 콤팩트한 액추에이터를 개발, 글로벌 대기업의 자회사에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日·中 로봇 기업도 로보월드 '참전'
해외 로봇 기업들도 로보월드에 전시품을 공개했다. 국내에서 로봇 자동화·무인화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일본 화낙은 가반하중(로봇이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이 30㎏인 협동로봇을 내세웠다. 일본을 대표하는 산업용 로봇 기업인 화낙이 로보월드에 참여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화낙 관계자는 “주력 제품인 산업용 로봇 이외에 노동자와 같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협동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며 “폭넓은 국내 시장 영업망과 로봇 운용 노하우 등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리더드라이브는 로봇용 감속기를 선보였다.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국내 사업을 확대, 주요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유니트리는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복싱을 시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AI·로봇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로보월드는 2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고, 해외 기업들도 대거 참여했다”며 “한국 로봇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