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만에 캐나다 동북부 퀘벡시에 관광차 다녀 왔다. 퀘벡시는 프랑스 풍에, 프랑스 언어가 영어와 함께 공용 언어로 지정돼 사용되고 있다. 도로 표지판도 불어로 되어 있다. 캐나다로 독립되기 전에는 프랑스가 경영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 도시는 400년 전 개발되기 시작했다. 집의 벽은 현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사암으로 지었다. 벽 두께가 무려 40㎝나 된다. 그래도 외풍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이 도시는 윈터 카니발로도 유명하다. 최근 외국에서도 잘 알려진 영화배우 공유가 드라마 '도깨비'에 출연해 이곳에서 촬영했다. 대한민국 관광객들은 공유의 숨결이 흐르는 곳을 정신없이 찾아 다닌다.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퀘벡 올드 타운과 로멘틱한 거리가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고색창연한 간판과 상점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퀘벡 시티의 프티 샹플랭 거리는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상점가다. 입구에는 '목 부러지는 다리'도 있다.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카페, 레스토랑이 모여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 거리엔 빨간색 문이 있다.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다. 이 문 앞에서 관광객이 실제로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캐나다로 들어 간다'는 연출을 해 보인다. 이 거리엔 크리스마스 트리 전문점이 있다. 이 가게는 20년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 놀랄만한 것은 이 가게가 여름철에도 그대로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트리용 소품을 1년 내내 팔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20년 이상이나.
조그마한 물건 하나 사겠다고 새벽부터 줄을 서고 또 문이 열리자마자 오픈런하는 젊은이가 많다. 박물관 기념품 '굿즈'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굿즈 인기는 박물관 관람객 수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기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5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에서 5위에 해당한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들은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일부러 오기도 한다. 굿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젊은 세대에게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SNS에 올리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업(상승) 되었음 스스로 즐긴다.
퀘벡시 관광객들이 즐겨 들어가는 상점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다. 이 상점들이 서로 모여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가게는 그들만의 고유한 영역이 있다. 들어가는 순간 알아 차린다. 이 가게는 무엇에 관련된 가게임을 바로 알 수 있다. 가게는 한 주제에 대해 매우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판매할 상품을 수집했다. 주인이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음을 알아 차릴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전문적인 가게임을 과시하고 있다. 수평적 라인업, 수직적 계열화가 한 눈에 들어 온다. 크리스마스 트리 판매점의 경우 '일곱 난쟁이와 백설 공주' 스토리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갖추고 있다. 꼭 트리 장식용이 아니어도 자신을 표현하는 또는 찾고 있는 캐릭터를 발견하면 구매하게 된다.
스페인 북부 빌바오 시는 1980년대 한 때, 철강·조선업의 쇠퇴와 실업률 급증 등으로 쇠락한 도시였다. 그러다 도시 재생의 해법으로 '문화 예술'을 선택하고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했다. 구겐하임은 미술관 전문 설계업체다. 이 업체가 설계한 미술관에 한해 구겐하임 타이틀을 사용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5곳이 안 된다. 대한민국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1997년 개관 첫해에만 100여만명이 방문해, 이 도시를 세계적인 문화 예술 도시로 자리 잡게 했다. 건축물 하나가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경쟁력을 높이는 이런 현상을 빌바오 효과라 한다.
전국적으로 10만개 이상의 가게가 영업 중이다. 매대에 놓인 창의적인 굿즈 아이템 하나가 관광객들에게 빌바오 효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가게의 매대가 최고의 관광 인프라임을 퀘벡시 올드 타운 가게들이 말해준다.
여호영 지아이에스 대표 yeohy_g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