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학자]김필한 KAIST 교수 “막대한 헬스케어 시장 선도하자...교육 시스템 갖춰야”

김필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아이빔테크놀로지 대표이사)
김필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아이빔테크놀로지 대표이사)

“헬스케어 서비스는 국가적 대응이 필요할 정도로 막대한 시장입니다. 저와 동료들의 성과로 관련 시장에서 우리나라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필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를 따지면, 반도체 시장보다 10배 이상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생명·건강은 우리 인류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심사고, 관련 산업 가치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훼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스스로 이에 앞장서는 연구자이자 기업가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첨단 생체이미징 전문 기업 '아이빔테크놀로지'를 설립,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김 교수와 아이빔테크놀로지 핵심 연구 성과는 '생체현미경'이다. 기존 진단영상 장비로 볼 수 없었던, 살아있는 체내 장기 세포들을 일일이 구분하고 이미징한다. 대상을 몸밖에 꺼내지 않고도 질환 발생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레이저 빔이 조직을 뚫고 들어가 형광 표지 세포 신호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30종 이상 내부 장기를 찍어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생체현미경은 MRI 보다 100배 이상 높은, 머리카락 두께 50분의 1 정도의 높은 영상 분해능을 가져 심장 박동조차도 이미지를 얻는데 방해가 된다”며 “다양한 내부 장기 생체현미경 영상데이터를 토대로 독보적인 AI 기반 움직임 추적·보정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고 성능 생체현미경 기술을 이뤘다”고 자신했다.

덕분에 제품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2019년 서울대 의대 첫 납품을 시작으로 미국의 하버드대, 존스홉킨스대, 세계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서도 제품이 쓰인다. 지난 9월에는 독일 뮌헨공대에 장비가 납품됐고 지난달 말에는 일본 미야자키대로부터 4억6000만원 규모 장비를 수주했다. 김 대표는 이 성과들 의미가 특히 크다고 했다. 그는 “독일과 일본은 현미경 기술 글로벌 최고 선도국가로 칼자이스, 라이카, 니콘, 올림푸스가 자리잡은 시장”이라며 “이번 수주는 그런 독일과 일본 시장에서 신뢰, 기술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성과는 김 교수의 이례적인 학문 배경이 한몫했다. 생체현미경은 전자공학, 광학, 생물학 등 다학제적 지식이 필요한데, 김 교수 스스로 여러 학문을 거쳤다. 서울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인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 포닥 활동을 거쳤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패혈증 치료전략을 마련하는 협력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런 다학제적 연구, 임상시스템에 공학기술을 더한 경험이 아이빔테크놀로지로 이어진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자신의 사례가 저 많아지길 희망했다. KAIST가 이전부터 추진 중인, '의사자격을 갖춘 과학자와 공학자' 양성 필요성을 얘기했다.

그는 “우리 임상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에 공학기술을 더해 새로운 의료기술을 만들면 세계적으로도 성취가 클 것”이라며 “문제는 두 학문간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으로, 저 역시 포닥 시절 의료 분야에서 쓰는 방법론과 용어, 연구방식을 이해하는데 너무 큰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학과 의학을 같이 교육받은 인재, 이를 위한 교육 시스템 도입이 우리나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