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석화·철강 구조조정, 이제 정부의 차례다

[ET톡] 석화·철강 구조조정, 이제 정부의 차례다

“기업들의 노력으로 사업재편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석유화학,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말이다. 정부가 자발적 설비 감축, 고부가 제품(스페셜티) 전환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선뜻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피해를 상쇄할만한 지원책이 없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의 경우 정부와 10개 사가 자율 협약을 맺고 최대 370만톤(t)의 에틸렌 감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데드라인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까지 어느 기업이, 얼마나 줄일지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스페셜티 전환 역시 고부가·친환경 소재 확대라는 방향성만 있을 뿐, 구체적 계획은 없다.

철강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부는 설비 규모 조정을 주문했지만 이미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자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특수탄소강과 수소환원제철 등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 비전도 구체적 계획이 없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비 감축은 곧 자산 손상, 부채비율 상승, 신용도 하락으로 연결된다. 전환 배치 등 노조와의 갈등도 불가피하다. 투자를 늘리고 싶어도 대부분의 기업은 대출한도가 막혀 있다. 정책자금을 기다릴 시간도 부족하다. 전기요금 부담도 만만치 않아 탈탄소 제품 전환이 어렵고 고정비 부담도 큰 상황이다.

이 모든 구조적 제약을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도 방향만 정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 사업재편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과 금융권에서 추가 여신을 열 수 있도록 하고 전기요금 한시적 지원을 통해 탈탄소 제품 전환 및 고정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체질 개선도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