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AI 기반 방산 전환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방효충 AI방산 M.AX 얼라이언스 위원장(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무기체계는 무인화·지능화로 이미 방향이 정해졌다”며 “K-방산이 지금의 성과를 이어가려면 AI 기반 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방 위원장은 먼저 얼라이언스 출범 배경을 'K-방산 성공의 다음 단계'로 설명했다. 그는 “최근 K-방산이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게 큰 숙제”라며 “앞으로 방산을 나라의 주력 산업 가운데 하나로 키우려면 미래 트렌드인 AI 기반 방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드AI·팔란티어·앤듀릴·제너럴아토믹스 같은 해외 기업이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방산 AI 시장에 뛰어든 점도 언급했다.
우리의 출발이 늦었다는 진단도 나왔다. 방 위원장은 “국방 분야 안에서 준비는 해왔지만 본격화되지는 못했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때문에 이번 얼라이언스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자율무기가 대량으로 쓰이는 현실을 예로 들며 “이미 많은 나라가 관련 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AI가 가져올 변화는 무기체계와 지휘체계에서 먼저 나타날 것으로 봤다. 그는 “미래 전쟁의 큰 양상은 무인화로 가는 게 거의 확실하다”며 “드론과 로봇 같은 무인체계가 전면에 나오는 전쟁은 더 이상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휘체계에 대해서는 “전장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결심하느냐가 핵심”이라며 “미국 국방부가 '의사결정을 빛의 속도로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지휘 결심에 투입해야 하는 이유도 짚었다. 방 위원장은 “복합적인 정보를 냉정하게 계산해서 실수를 줄이는 데 AI가 사람보다 강점을 가진다”며 “지휘 의사결정을 정확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게 과연 사람만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질문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나라가 이미 지휘 결심을 위한 도구로 AI를 활용하고 있고 우리도 비슷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우선순위 기술로는 무인체계와 정보·감시 기능을 꼽았다. 방 위원장은 “방산은 기술 범위가 넓지만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그동안 드론·무인차량·무인함정 같은 무인체계 연구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AI와 결합하면 경쟁력을 낼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이어 “특정 센서·탑재체로 상황 정보를 수집·판별하는 정보·감시 분야도 기존 인프라가 있어 유망하다”며 “무인체계와 정보자산을 일차적인 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력 자원 감소에 대응한 '인간-무인 협업'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이슈는 병력 자원 감소”라며 “완전한 무인화로 가기 전 단계에서 사람과 기계, 사람과 AI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협업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기존의 병력 규모 중심 개념에서 벗어나 인간과 무인의 협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이 큰 전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얼라이언스 운영 방향은 '바텀업'에 맞춘다. 방 위원장은 “민군협력 체계는 20년 가까운 역사와 성과가 있지만 어려움과 시행착오도 있었다”며 “이번에는 참여 기업의 의견을 많이 듣고 탑다운보다는 바텀업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AI 관련 사업과 과제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얼라이언스는 특히 중견·중소기업과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진 주체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군-체계기업 중심 구조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방 위원장은 “군과 체계기업 중심 구조는 지금까지 K-방산 성과를 만든 중요한 시스템”이라면서도 “여기에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더 많이 들어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팔란티어와 앤듀릴 같은 회사가 전통 방산기업과 경쟁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대기업의 안정성과 스타트업의 혁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에코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간 성과를 겨냥한 AX 스프린트 실증사업 구상도 소개했다. 그는 “아직 확정된 안은 없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면 기존 연구 기반이 있는 분야가 유리하다”며 “물리적인 시험 시설을 고려하면 로봇·드론·무인 자율차량 같은 영역이 1차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분야에서 좋은 안이 올라오면 소프트웨어 분야도 포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산 기술의 민간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방 위원장은 “무인 차량이 군에서 부상병 후송이나 작전 지원에 쓰이면, 같은 기술이 산업용 무인 차량으로 확장될 수 있다”며 “국방 기술이 민간으로 스핀오프된 사례는 이미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민간에서 국방으로 들어오는 스핀온도 많다”며 “AI와 반도체처럼 국방과 산업을 따로 보기보다 국익과 산업 관점에서 함께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2030년까지의 목표를 묻자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과 '회복력'이었다. 그는 “K-방산은 여러 세대에 걸친 축적과 현장 헌신이 꽃을 피운 결과”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지속 가능한(sustainable) 모델,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resilient) 구조를 만들려면 결국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AI 방산 얼라이언스에는 산업부뿐 아니라 국방부도 함께 들어와 있다”며 “민·관·군이 같이 노력해 K-방산이 지속 가능하고 외부 충격에 덜 흔들리는 체계를 만드는 데 이 얼라이언스가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