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벤처 4대 강국 도약'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 본격 착수했다. 벤처투자 기반을 넓히고,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인재 유치와 벤처 문화 확산을 뒷받침할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3일 국무회의에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제도 개편은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의 후속 입법 조치다. 벤처투자법과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지난 12월 2일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0일 공포될 예정이다. 벤처투자 연대책임 제한 규정은 공포 즉시 시행되며, 그 외 주요 규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적용된다. 벤처기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먼저 벤처투자법 개정을 통해 벤처투자 모태조합(모태펀드)의 존속기간을 조합원 총회 승인을 거쳐 10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AI·딥테크 등 단기간 회수가 어려운 전략 산업에 대해 보다 안정적인 투자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모태펀드 회수 재원의 투자 현황과 계정 간 이전 내역을 정기적으로 국회에 보고하도록 해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도 강화한다. 중기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모태펀드 운용위원회'를 신설해 관리체계도 고도화할 방침이다.
벤처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정기금의 범위도 확대된다. 기존 일부 기금에 한정됐던 출자 근거를 '국가재정법' 상 모든 기금으로 넓혀, 연기금과 공적기금 등 다양한 재정 주체의 벤처투자 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벤처투자 의무 규제의 전반적인 완화다. 창업기획자가 운용하는 개인투자조합의 경우, 투자금액의 50% 이상을 초기창업기업(3년 이내)에 투자해야 했던 기존 규정이 개선돼, 투자유치 실적이 없는 4~5년차 기업까지 투자 대상이 확대된다.

벤처투자조합의 투자비율 규제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업무집행조합원이 운용하는 전체 조합의 40%뿐 아니라 개별 조합별로도 20%의 투자비율 충족 의무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체 조합 기준(40%)만 충족하면 되도록 조정된다. 조합별 경직된 운용 부담을 줄여 보다 유연한 투자 전략 수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투자의무 이행 시점도 늦춰진다. 벤처투자회사·조합과 창업기획자, 개인투자조합 모두 등록 후 3년이 지나면 의무를 충족해야 했으나, 개정 이후에는 등록 후 5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의무가 발생한다. 벤처투자회사의 연도별 투자 의무 역시 완화돼, 등록 후 3년까지 매년 최소 1건 이상 투자해야 했던 규정이 '등록 후 3년까지 1건, 등록 후 5년까지 1건 이상 투자'로 조정된다.
또 투자 계약 과정에서 피투자기업이 아닌 제3자에게 과도한 연대책임을 지우는 관행을 제한하는 규정도 기존 고시에서 법률로 상향 입법됐다. 벤처투자회사, 벤처투자조합, 창업기획자, 개인투자조합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외에도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해 매년 '벤처기업 주간'을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벤처기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벤처기업 스톡옵션 제도도 대폭 손질됐다. 자본력이 부족한 벤처·스타트업이 현금 보상 부담 없이 핵심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스톡옵션의 시가 미만 발행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20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스톡옵션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시행령 개정과 함께 추가적인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출발점으로 '벤처 대책'에 담긴 핵심 입법과제들을 순차적으로 이행할 방침이다. 한성숙 장관은 “국회·관계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제도들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속도를 내고, 후속 입법과제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