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동남권을 '북극항로 시대' 글로벌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범정부적 역량 결집을 주문했다. 가덕도 신공항과 연계한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한편, 차기 해양수산부 장관도 부산 인재 중에서 발탁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지역 균형 발전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23일 부산에서 제5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기점으로 한 '동남권 대도약'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해수부 이전은 국토 균형 발전과 부산 도약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부산이 한국을 넘어 동북아를 대표하는 경제·산업·물류 중심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재정·행정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항만시설 확충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제공, 지역산업 성장 지원을 통해 부산과 동남권을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는 주인공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의 조기 안착과 인프라 강화를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현재 공석인 해수부 장관 후임과 관련해 “가급적 부산에서 역량 있는 인재를 발굴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로부터 '동남권 투자공사'의 준비 상황을 별도로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해사법원 유치, 해수부 이전,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 등은 금융·법·제도, 행정이 시너지를 내야 하는 부분”이라며 부산 시민의 염원인 금융·해양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현안과 관련한 지시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국산을 카피한 제품이 많아졌다”고 지적하며 “한국 정부가 인증하는 '한국산'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K-인증' 마크 도입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인증을 통해 상품의 가치를 높인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도 거론했다.
아울러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해 제작된 지 오래된 애국가 배경 화면을 현재의 국격에 맞게 교체할 것도 함께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 최근 실시된 '한국인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도 화두로 던지며 3년마다 시행하는 이 조사에서 1위 항목이 바뀐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희망하는 한국의 미래상'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를 선택한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동안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가 1위를 차지해왔는데, 이번 결과는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이자 우리 국민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 독재나 내전으로 고통받은 나라들이 경제 성장을 이루지 못한 사례에서 보듯, 민주주의가 잘 작동해야 자원 배분이 효율적이고 공정해진다”며 “기업 문화 역시 상명하복이 아닌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되는 생태계가 중심이 되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부처별 업무보고에 대해서는 “국민께서 실시간으로 미흡한 부분을 지적하고 댓글을 통해 바로잡아 주시는 등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국민의 집단지성은 정치 평론가나 지도자보다 훨씬 높고 성숙하다”며 “주권자의 뜻을 국정에 일상적으로 반영하는 국민주권정부의 길을 가기 위해, 각 부처는 정책 수립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의견을 끊임없이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