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선결 과제인 패키징 기술을 고도화하려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구축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영창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장(서울대 교수)은 “AI 반도체 등 고성능 패키징 분야는 설계·공정·평가·검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수요·리딩 기업이 제한적이어서 국내 패키징 산업은 글로벌 선두권 업체와 연구기관 대비 뒤처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부장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즉 '플레이 그라운드'를 마련해야 한다”며 “단순한 인프라 형성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설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영창 학회장은 AMD 선임 엔지니어를 거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을 역임한 반도체 패키징 기술 전문가다. 지난해 초부터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메모리 패키징 공정과 양산 경험 측면에서는 높은 기술 수준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 제품과 산업으로 연결하는 생태계가 미비해 이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특정 수요처에 머무르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선진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참여도 필수적이라고 부연했다.
주 학회장은 패키징 기술 인력 양성도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2027년 전후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종료될 예정이어서 후속 사업 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통적인 반도체 전공 인력 이외에 패키징 기술의 다양성을 감안해 열·광학·기계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특정 학문 중심의 계약학과 모델로는 한계가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의 종합 연구소를 기반으로 한 실험·실습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를 토대로 대학·기업·정부출연연구소가 협력하는 집단 연구를 통해 현장 실습과 취업까지 연계되는 새로운 인재 양성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미래 모빌리티·양자 등 기술 환경 변화에 맞춰 직무 역량별 패키징 인력 수요를 체계적으로 분석, 양성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