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연말이 되면 많은 분이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웁니다. 그런데 작년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시나요? 시간을 내어 일기장을 들쳐보기 전엔 대부분은 희미한 기억만 남아 있을 것입니다.
샘 올트먼은 최근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래의 인공지능(AI)은 사용자와 AI가 나눈 모든 질의 응답, 분석요청, 읽은 책, 받은 이메일을 기억하고 함께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오랜 친구처럼 말입니다. 이런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지식과 지혜의 반려자가 될 것입니다.
올 한 해 일기 내용을 텍스트 파일로 정리해서 AI에 업로드해보세요. 그리고 지난 1년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하면 됩니다. AI는 내가 잊고 있던 순간까지 떠올려줍니다. 1분기에 힘들어했던 일, 여름에 도전했던 새로운 취미, 가을에 만난 좋은 사람들까지 정리해줍니다. 나 아닌 또 다른 내가 1년을 정리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굳이 일기장 파일 업로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난 1년간 사용자인 나와 AI와의 대화를 회고하고 분석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줘”라는 프롬프트 명령어를 내려 보십시오. 의외로 나 스스로보다 AI가 나를 더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분석결과를 내 놓습니다. 오픈AI는 최근 일부 국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연말 결산 기능도 출시했습니다. 스포티파이 연말 결산에서 영감을 받은 이 기능은 1년간 챗GPT와 나눈 대화를 분석해서 테마, 채팅 통계, 가장 바쁜 채팅 날짜 등을 보여줍니다.
챗GPT에 프로젝트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클로드에도 유사한 프로젝트 기능이 있고, 구글 제미나이에는 젬스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기능들을 활용하면 나만의 AI 일기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 프로젝트에 매일 일기를 쓰듯 하루를 기록해보세요.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편하게 이야기하고 기억해 달라고 하면 됩니다. AI는 모든 내용을 기억합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했다고 말하면, AI가 오늘 섭취한 열량을 계산해주기도 하고, 누적 칼로리 계산도 해줍니다. 일주일 동안 운동을 안 했다면 살짝 운동을 권하기도 합니다. 건강 관리, 영양 관리가 저절로 될 뿐만 아니라, 일기 기능도 가능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언어모델 AI는 메모리 기능이 크게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AI가 사용자의 질문내용, 선호도와 중요한 정보를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나눌수록 AI가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1년 기록을 바탕으로 새해 계획을 함께 세워보세요. 일본의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사용해서 유명해진 만다라트 기법을 활용하면 더 좋습니다. 만다라트는 하나의 큰 목표를 8개의 세부 목표로 나누고, 다시 각각 8개씩 총 64개의 실천 과제로 쪼개는 방법입니다. AI에게 내 상황에 맞는 만다라트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됩니다. AI는 업로드된 1년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나에게 딱 맞는 계획을 제안해줍니다.
이 방법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각 부서나 직원이 자신의 업무상 질의 응답 내지 활용 내역이 기억돼 있습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자동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AI는 업무 효율을 높일 방법까지 조언해줍니다. 신년 계획도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더 현실적으로 세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AI에게 오늘 하루를 이야기해보세요. 1년 뒤, 여러분은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AI 친구를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여러분의 더 나은 내일을 함께 설계해줄 것입니다.
새해에는 AI 일기장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