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전기차와 드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후보로 주목받아 온 '무음극 리튬 금속 전지'의 짧은 수명 문제를 해결했다. 전극 표면 설계만으로 배터리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KAIST는 이진우·임성갑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전극 표면에 두께 15나노미터(㎚) 초극박 인공 고분자층을 도입, 무음극 금속 전지 최대 약점인 계면 불안정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고 4일 밝혔다.

무음극 금속 전지는 음극에 흑연이나 리튬 금속 대신 구리 집전체만 사용하는 단순한 구조다. 이에 기존 리튬이온전지 대비 30~50% 높은 에너지 밀도, 낮은 제조 비용, 공정 단순화 장점이 있지만, 초기 충전 과정에서 리튬이 구리 표면에 직접 쌓이며 전해질이 빠르게 소모되고 불안정한 보호막(SEI)이 형성돼 수명이 급격히 줄어든다.
연구팀은 문제가 시작되는 전극 표면 자체를 설계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개시제 기반 화학증착(iCVD) 공정으로 구리 집전체 위에 균일한 초박막 고분자층을 형성한 결과, 이 층이 전해질과 상호작용을 조절해 리튬 이온 이동과 전해질 분해 경로를 정밀 제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단단하고 안정적인 SEI가 형성되며 전해질 소모와 과도한 보호막 성장이 동시에 억제됐다.
이번 기술은 전해질 조성 변경 없이 전극 표면에 얇은 층만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존 공정과 호환성이 높고 비용 부담도 적다. 특히 iCVD 공정은 '롤투롤' 방식 대면적 연속 생산이 가능해, 연구실 수준을 넘어 산업적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

이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새로운 소재 개발을 넘어, 전극 표면 설계를 통해 전해질 반응과 계면 안정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차세대 고에너지 배터리 시장에서 무음극 리튬 금속 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의 이주현 박사과정생과 김진욱 박사후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줄(Joule)'에 지난12월 10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