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생성과 소멸] 〈11〉AI시대의 소통과 대화법 (중)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권력은 국민에게 정책을 쉽게 알려야 한다. 국민이 조금이라도 의문을 가지면 그 정책소통은 실패다.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불경기, 불황과 호황을 구분했다. 이웃이 실직하면 불경기고, 내가 실직하면 불황이다. 호황은 언제 시작될까. 경쟁자인 현직 대통령 지미 카터가 일자리를 잃을 때다. 더 쉬운 설명이 있을까.

권력과 국민의 소통은 시대마다 달랐다. 고대 그리스는 도시국가다.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했다. 시민이 곧 권력자다. 시민은 회의에서 평등하게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다른 시민을 힘으로 제압할 수 없다. 오직 토론과 협상을 통해 중대사를 결정한다. 시민 사이의 양방향 소통이 중요하다. 소피스트는 능숙하게 말하고 이기는 대화법을 가르쳤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자신의 처지와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했다. 소통을 위한 기본자세다. 플라톤은 어떤가. 거짓 가득한 동굴에서 나와 덕성을 갖추고 진짜 세계의 가치, '이데아'를 찾으라고 했다. 상대방을 속이지 않고 신뢰를 쌓는 시민의 소통과 대화법은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핵심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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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시대는 어떨까. 영주들이 경계를 나누고 패권을 다퉈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백성은 물자와 병력을 제공하는 착취대상에 그쳤다. 유교는 신분질서와 자기수양을 강조한다. 전쟁에 이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자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유다. 노자, 장자는 어떤가. 자연으로 돌아가 순리에 따르라고 했다. 패권을 향한 의지를 약화시킨다. 권력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쫓겨난 지식인의 향유물이 됐다. 소진, 장의는 어떤가. 패권에 도움이 되는 합종연횡의 기만전술을 가르쳐 일자리를 구했다. 법가는 가혹한 법률로 백성을 통제하는 부국강병을 주장해 인기를 끌었다. 소통과 대화는 권력의 특권이고 상대방을 제거하는 술책에 불과했다. 왕조시대는 신분사회다. 백성은 소통대상이 아니다. 권력의 지시, 요구, 취조가 소통을 대신했다. 지배계급이 덕성을 가지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백성을 괴롭혔다. 백성의 덕성은 권력에 대한 순종뿐이었다. 삶에 지친 백성을 위로한 것은 종교다. 고려는 불교를 국교로 했다. 조선은 불교 폐해를 이유로 유교를 활용했다. 유교는 희생과 질서를 요구할 뿐 마음을 의지할 내세사상을 배척했다. 지친 백성은 사이비 신앙을 찾았다. 권력과 백성의 소통은 단절돼 국가를 침체시키고 외국 침략을 허용했다.

산업화 시대엔 우수 관료와 대기업으로 국가를 운영했다. 교육수준이 낮았던 국민은 정부에 순응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새마을운동, 베트남전쟁 파병, 경제개발계획 등 정책을 따랐고 경제성장과 소득으로 보답을 받았다. 국민이 같은 곳을 보고 함께 달리게 하려면 정부중심 '일방향 소통'이 부득이했다. '양방향 소통'에 대한 갈망은 민주화 운동으로 폭발했다.

인공지능(AI)시대는 예전과 다르다. 정보의 홍수시대다. 모든 것이 데이터로 기록, 저장된다. 미국 등 해외소식을 실시간 듣고 본다.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고 무엇이든 의심한다. 교육열은 관료보다 뛰어난 국민을 만들었다. 정부 주도 산업진흥, 부동산규제, 금융정책은 시장에 먹히지 않고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선거를 의식하면 선심성 정책 등 국가 미래와 어긋나는 소통과 대화가 쏟아진다. 그렇다고 국민의 수양과 자기억제를 요구할 수도 없다.

정부의 소통과 대화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민주주의가 고도화된 시대다. 민의가 중요하지만 국민의 수만큼 생각이 다르다. 권력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함께' 찾는데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국민과 미래 중심의 소통과 대화법을 배워야 한다. AI를 활용해 창조역량을 극대화하고 효과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려면 권력과 국민 사이에 신뢰가 우선이다. 마음을 여는 진실한 소통과 배려하는 대화법에 답이 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