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온플법, 배달 수수료 상한제, 허위조작근절법까지…새해 플랫폼 규제 쏟아진다

배달 수수료 상한제법 잇따라 발의
수수료 높였다고 매출 10% 과징금 내라는 무리한 조항
美 정부, 한국 플랫폼 규제 법안에 공식 지적
플랫폼법, 결국 통상 리스크로…여한구 방미 ‘불끄기’ 총력

국회와 정부에서 잇따라 플랫폼 규제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과잉입법'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배달 플랫폼에 수수료를 전가하는 등 이유만으로 매출액의 10%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무리한 조항이 많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정부마저 한국의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적한 상황에서 통상 당국은 우려 해소에 나섰다.

[이슈플러스] 온플법, 배달 수수료 상한제, 허위조작근절법까지…새해 플랫폼 규제 쏟아진다

◇온플법 다시 힘 싣는 민주당...배달 수수료 상한제법도 잇따라 발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새해 들어 온라인플랫폼법에 힘을 싣고 있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중개거래와 독점규제를 막기 위한 취지의 법안이다. 민주당은 기존 공정거래법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독자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6일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단일안으로 정하고 정무위 제2법안소위에 상정했다. 강민국 의원이 발의한 대규모유통업법과 함께 간단한 법안 검토만 거쳤지만, 업계에서는 다음 달 초 이 법안이 다시 상정돼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또한 지난 12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이미 독점 규제 법제를 정비했고, 우리도 온라인 플랫폼 산업에 맞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입법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배달 플랫폼을 겨냥한 규제도 우후죽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윤석열 정부 당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가 차등 수수료 기반 상생요금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이 이를 반쪽짜리 합의로 규정하고, 새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주도의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는 지난 2월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되도록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골자로 한 법안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하면서 입법으로 규제할 모양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9월 김원이 민주당 의원과 송재봉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골자로 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작이었다. 이어 지난해 10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배달비·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광고비 등 합계가 해당 주문에 따른 매출액의 1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같은 달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광고비 상한과 배달비 최저·최고 한도를 정하는 내용의 '배달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달에는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배달플랫폼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부당한 수수료를 전가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10%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음식배달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외에 플랫폼 업계에서는 박용갑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택시 배회 영업 수수료 금지법)'을 손톱 밑 가시가 될 수 있는 규제 법안으로 꼽고 있다. 민주당이 발의해 지난달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허위정보에 대한 정부의 권한은 불명확한 반면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정보를 삭제·차단하는 의무를 부과받는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법안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근절법이 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근절법이 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통상마찰 우려까지…플랫폼 업계 “과잉 입법, 비현실적인 조항 우려”

전문가들은 국내 플랫폼을 규율하기 위한 별도 법안들이 '과잉 입법'이라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안을 활용하면 규제할 수 있는 사안을 별도 법안으로 규제하기 때문이다. 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조항이 많다.

한 예로 김남근 의원이 발의한 '음식배달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등에 관한 법률안'은 수수료를 자영업자에게 부과했다는 이유만으로 매출액의 최대 10% 과징금을 부과한다. 배달 플랫폼의 사업모델을 제약하는 것은 물론 과징금 비율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문 의원이 발의한 온플법 단일안은 일부 신규 조항이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국내 플랫폼 기업만 규제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계인국 고려대 교수는 “사전적으로 플랫폼이 경쟁을 제한할 것이라는 '사전지정'과 과징금의 과다한 집행을 선언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단순히 (플랫폼이) 시장을 점유했다는 이유 만으로는 경쟁 제한성이 바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에서 통상 압박을 가하지 않더라도 미국 빅테크를 대상으로 우리가 압박을 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민주당이) 온플법 중 갑을관계법을 만들어 오히려 국내 플랫폼만 겨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CSI 라운드테이블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자료 산업통상부〉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CSI 라운드테이블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자료 산업통상부〉

여당·규제 당국의 온라인플랫폼 규제 추진이 통상 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디지털·플랫폼 규제 법안에 껄끄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통상당국은 이를 수습하려 나섰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곧장 미국으로 날아가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온플법 제정을 공식화하지 않은 채 개별법 개정안에 플랫폼 규제 내용을 분산 반영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미국 정치권과 업계는 이를 '미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 본부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서비스산업연합(CSI)과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디지털·플랫폼 규제에 대한 미국 업계의 직접적인 우려를 청취했다. CSI는 미국 서비스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로, 디지털·플랫폼 기업들이 다수 참여해 한국의 디지털 입법 동향을 지속해 문제 삼아온 곳이다. 여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국내 규제가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며 오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관리에 나섰다.

오후에는 대럴 이사 하원의원을 만나 국내 디지털 입법 전반에 대한 설명과 함께, 미국 측이 제기하는 비관세장벽 우려를 청취했다. 여 본부장은 이어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 회장단과 면담을 갖고 국내 플랫폼·디지털 규제 입법 상황을 설명했다. NFTC는 미국 다국적 기업의 통상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여 본부장이 이같이 촘촘한 '아웃리치' 일정에 나선 배경에는 플랫폼 규제가 단순한 국내 입법 사안을 넘어 통상 협상 전반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한미 관세협상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에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문구를 넣었고, 의회는 최근 2026회계연도 상무·법무·과학(CJS) 세출법안에 수반된 위원회 보고서(부수보고서)에서 온플법을 '해외에서의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로 적시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