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이례적 '레이트 체크'…'제2 플라자 합의' 나오나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미국 재무부가 이례적으로 환율 수준을 문의하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시행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공동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재무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주요 시중 은행을 상대로 레이트 체크를 단행했다고 26일 보도했다.

레이트 체크는 당국이 시장 거래자에게 환율 수준과 동향을 문의하는 절차다. 통상 실질적인 시장 개입의 직전 단계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소식이 전해진 23일 하루 만에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1.7% 급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26일 전날보다 0.6% 하락한 97.040을 기록, 최근 4개월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달러 약세 헤지(위험분산) 수요가 몰린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5100달러를 돌파하며 강세를 보였다.

월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엔화 약세 저지에 나설 명분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수출 증대와 제조업 부활을 위해 지속해 약달러 기조를 원했기 때문이다.

친미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엔화 약세에 따른 에너지 등 수입 물가 상승이 일본 민생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지원 사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일 양국이 '제2의 플라자 합의'에 준하는 공동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내리기로 한 약속이다.

호주 자산운용사 피나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일본 독자적으로는 엔화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이번 레이트 체크가 통상적인 변동 상황을 넘어선 신호라고 진단했다.

WSJ은 미 재무부가 2000억달러(약 290조원) 규모의 '외환 안정화 펀드'를 활용해 엔화 매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엔화 환율에 개입한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G7(주요 7개국) 공조 이후 전례가 드문 일이다.

다만 시장 개입 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리스크로 지목된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미국 주식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자금이 엔화 강세 전환 시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증시 하락은 물론 원화 가치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