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탈취 분쟁에서 피해 기업의 입증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가 범부처 차원에서 처음 도입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뒷받침하기 위한 중점 법안으로, 지난해 9월 발표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의 후속 조치다.
그간 기술탈취 관련 법적 분쟁에서 피해 중소기업은 가해 기업이 핵심 증거를 보유한 구조적 특성상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데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왔다. 실제로 기술탈취 피해 기업들은 증거 수집 등 입증 곤란(73%), 소송 장기화(60.8%), 과도한 소송 비용(59.5%) 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미국·독일·일본 등 주요 기술 선진국이 이미 증거개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는 관련 제도가 부재해 기술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도입 논의는 제21대 국회부터 이어져 왔으며, 현 정부 출범 이후 국회와 관계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이번에 제도화에 이르렀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두 번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02/rcv.YNA.20250902.PYH2025090218050001300_P1.jpg)
개정 상생협력법의 핵심은 △전문가 사실조사 △법정 외 당사자 신문 △법원의 자료보전 명령 등 3대 제도 패키지다.
먼저, 기술자료 유용 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당사자의 사무실이나 공장 등을 방문해 자료 열람과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녹음이나 영상녹화 방식으로 법정 외에서 당사자 간 신문을 진행하고, 해당 결과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위반 행위 입증이나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가 훼손·멸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이 자료 보전을 명령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이와 함께 법원이 신속한 재판과 사건 실체 파악을 위해 중기부가 수행한 행정조사 관련 자료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제출명령권'이 도입됐으며, 수·위탁 거래 체결 이전에 발생한 기술자료 유용 행위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보호 범위도 확대됐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의 도입은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이 증거 접근권을 확보하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땀과 노력으로 개발한 기술이 정당하게 대우받고 두텁게 보호될 수 있는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