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비즈니스의 현장에는 발명특허를 둘러싸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특허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 전략의 핵심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특허 경쟁력이 높아지려면, 특허 출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에서 혁신 특허가 줄줄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기업의 종업원이 재직 중 발명하여 회사 명의로 특허를 받은 기술(직무발명)이 회사에 독점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경우 특허실시 보상을 통해 동기부여 하는 법률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정부가 1994년 제정한 발명진흥법은 종업원 발명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보상 방식부터 분쟁이 발생할 경우 조정까지 망라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등을 놓고 전 세계가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황이니 이 법은 필수불가결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현실의 발명진흥법은 이름처럼 발명을 진흥하는 게 아니라, 발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법에서는 직무발명을 하면 결국 자기만 손해다”라고 한마디로 요약을 해줬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29일 국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종합감사에서 국감장 스크린에 'KT 종업원의 IPTV 리모컨 통합전원 발명 특허와 보상 거부' 자료를 띄워놓고 “종업원이 직무발명 해봐야 갑을 관계에 있는 기업이 거부하면 자기에게 아무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발명을 안 하는 게 편하다”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이 이러한 지적을 한 것은 발명진흥법에 구속력이 없어 기업 특허부서가 이를 멋대로 어겨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기업이 발명진흥법 상의 분쟁조정 장치인 산업재산권 분쟁 조정위원회의 조정 참여까지 거부하면 발명자가 사비로 소송하는 길 밖에 없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업 특허부서는 이 법에 따라 자사 '직무발명보상규정'을 만들어 종업원에게 공람시켜 '특허 보상'이 있다는 것을 공지한다. 그런데, 회사에 특허를 내준 종업원이나 퇴직자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면, “소송하라”며 더 이상 연락하지 못하게 끊어 버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허부서와 다투다가 결국 다른 회사로 가는 인재들도 있고, 회사 명의가 아니라 자기 배우자 명의로 특허를 냈다가 특허부서의 정기 조사에 발각돼 징계를 받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훤히 보고 있는 여타 종업원들에게 발명진흥법이 혁신 특허 발명의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언주 의원은 지식재산처 국감에서 “KT 같은 기업에 대한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지식재산처는 “발명진흥법에 직권조사 조항이 없어 조사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국내 법 가운데 정부가 법 위반을 보고도 처벌은커녕 조사조차 할 수 없는 경우는 드문 사례다. 더욱이 발명진흥법은 지난 2009년 서울 고등법원에서 “사업자에 비해 열악한 지위에 있는 종업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발명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강제로 시행되는 법규(강행규정)”라고 판시됐다. 하지만, 지식재산처는 이 법에 어떤 구속력도 갖추려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직무발명 소송을 줄이기 위해 행정조사 등 규제를 강화했고, 중국은 특허법 실시세칙에 보상의 최저금액을 명시하는 등 종업원의 발명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딴 판이다.
발명진흥법은 있으나마나 하다는 것 외에도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법이 마치 종업원 발명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산업기술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이 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 체계를 재발명해야 한다.
이영렬 서울예대 영상학부 교수 younglyo@seoulart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