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반도체 가공 기지' 탈피…자국 기술 OSAT 공장 설립

쯔엉 지아 빈 FPT 회장. 〈사진 출처=FPT 뉴스룸〉
쯔엉 지아 빈 FPT 회장. 〈사진 출처=FPT 뉴스룸〉

베트남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FPT그룹이 자국 자본과 기술로 운영되는 최초의 첨단 반도체 후공정(OSAT) 공장 설립을 공식화했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베트남이 단순한 글로벌 생산 기지를 넘어 '기술 자립'을 향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2일 베트남플러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FPT는 올해 하반기 1차 준공을 목표로 베트남 박닌성 옌퐁 II-C 산업단지에 신규 OSAT 공장을 구축한다. 그간 인텔, 앰코, 하나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 후공정 시장을 주도해왔는데, 현지 토종기업이 100% 자체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 최초로 후공정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1단계(2026년~2027년)에서는 1600제곱미터 규모에 6개의 자동 테스트 장비(ATE) 라인을 구축한다. 2단계(2028년~2030년)에는 이를 6000제곱미터 규모로 확장하고 연간 수십억개 칩을 처리할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ATE는 반도체 칩이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자동으로 검사하는 장비다.

특히 FPT는 제품별 특성에 맞춘 자체 테스트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28~32nm급 칩 신뢰도를 직접 검증한다는 전략이다. 28~32nm급은 주로 사물인터넷(IoT)이나 가전용 칩 생산에 가장 널리 쓰이는 범용적인 공정이다.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구축된 FPT의 OSAT 인프라를 활용해 물류와 리드타임 측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칩을 해외로 보내 테스트·패키징하지 않고도 베트남 북부의 한국 완제품 공장으로 바로 직납할 수 있기 때문이다. FPT는 이번 공장 설립 발표와 함께 한국의 중견 OSAT 기업인 윈팩과 상업적 협력 계획을 언급했으며, 지난해 아보브반도체와 함께 반도체 제품 응용 분야와 시장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타오 득 탕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비엣텔 회장)은 “FPT의 반도체 테스트 및 패키징 공장 투자는 '메이크 인 베트남(Make in Vietnam)' 반도체 생태계 완성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논평했다.

베트남의 행보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ASEAN) 지역 국가들의 전체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아세안 지역은 최근 미중 갈등의 중립지대라는 이점을 활용해, 엔비디아와 퀄컴 등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속속 유치 중이다.


이를 기회 삼아 말레이시아는 '국가 반도체 전략(NSS)'에 따라 5000억링깃(약 143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정부 재정 지원 약 7조원) 첨단패키징과 설계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제조업 2030' 전략을 통해 28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시설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글로벌 장비 및 웨이버 허브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아세안 반도체 3국 전략 및 인센티브 비교. <출처 = 각국 정부 입법 문서 등>
아세안 반도체 3국 전략 및 인센티브 비교. <출처 = 각국 정부 입법 문서 등>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