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원자력학회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등 전력 수요 밀집 지역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직접 배치하는 전략을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성민 한국원자력학회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입기자단을 만나 “SMR은 유연한 출력 조절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국가 전체 에너지 시스템 비용을 매년 수십조원 절감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라며 이와 같이 밝혔다.

제12차 전기본에서는 대형 원전 중심의 규제 체계를 SMR 특성에 맞게 '성능 기반 규제'로 전환하고, SMR 배치·활용 전략을 구체적이고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력 다소비 시설 근처에 SMR을 배치해 AI 시대에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해결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장거리 송전망 건설 없이 고품질 전력을 공급해 송전 병목을 해소하고, 기업의 무탄소 전력(CF100) 달성을 지원하는 산단 및 데이터센터 직공급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후 석탄화력 부지를 활용한 SMR 배치 전략을 12차 전기본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기존 송전망과 냉각수 인프라를 활용해 비용과 지역 갈등을 줄이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지역 일자리와 경제를 유지하는 '정의로운 전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글로벌 SMR 파운드리를 구축해 세계 최고 수준의 SMR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정 교수는 “대형원전 중심의 규제 체계를 SMR 특성에 맞는 성능 기반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한수원뿐 아니라 민간 기업도 SMR 사업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분야의 삼성, SK하이닉스, TSMC처럼 전 세계 SMR을 한국에서 제작·공급하는 '글로벌 SMR 파운드리' 전략을 통해 제조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11차 전기본에 담긴 SMR 1기를 넘어, 연간 2~4기 수준의 혁신형 SMR(i-SMR) 보급 계획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 교수는 SMR의 계통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 ESS 17GWh 설치비는 약 6~8조원로 추정되며 80년 수명 동안 4회 교체 비용 약 24~32조원을 고려할 때, 매년 i-SMR 4기 추가 시 그 자체로 20~30조원의 계통 비용을 선제적으로 매년 추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추가 건설 규모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대형원전 2기와 SMR 1기만으로는 전력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2050년 원전 비중을 35%로 유지하려면 대형원전 20기와 SMR 12기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