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묵은 저가의약품 기준…약가개편 사각지대에 수급 차질 '우려'

그래픽=제미나이.
그래픽=제미나이.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시행을 앞두고 '저가 의약품' 수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값을 깎지 않기로 한 '저가약' 제도가 있지만, 기준이 13년전에 묶여 있어 실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복지부 약가 개편안이 시행되면 현재 저가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저가의약품 기준(내복제 70원·주사제 700원)이 2012년 이후 13년째 그대로라, 80~90원대 약은 '저가약'으로 인정받지 못해 인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제약업계는 인하 대상에 묶일 경우 원자재·인건비·유통비가 오른 상황에서 약가가 더 내려가면 '만들수록 손해'라는 입장이다. 항응고제와 제산제, 소아용 시럽제처럼 단가가 낮고 수요가 꾸준한 품목군에서 공급 불안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가 약 공급이 중단될 경우 환자 부담도 우려된다. 동일한 효능을 가진 더 비싼 약을 처방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자 본인 부담금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약업계 기준금액 의견표.
제약업계 기준금액 의견표.

제약업계는 기준금액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내복제 기준을 기존 70원에서 100원으로, 주사제는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보호막을 넓혀야 경계선에 걸린 약들도 버틸 수 있다는 논리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80~90원대 저가 약품들은 약가 개편에 따른 인하 대상이 된다면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저수익 구조로 퇴출 위기에 놓인 의약품들의 채산성 보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일괄적인 기준 상향보다는 기존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를 적극 활용해 수급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등록된 약제 (약가인하 개편) 조정시 수급 안정 필요 약제는 제외할 계획이며, 이 과정에서 약제별 상황 등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약가제도 개선방안에 퇴장방지의약품 지정기준 상향 및 지정 활성화 과제도 포함한 만큼, 수급 안정 필요성이 높은 약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퇴장방지의약품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