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 중단 10주년을 맞아 입주기업들이 정부에 기업 존속을 위한 생존 대책 마련과 자산 점검을 위한 개성공단 방문 허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단 폐쇄 이후 입주기업의 약 30%는 이미 폐업했고, 일부 기업은 생존을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0일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요구 사항을 담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조경주 개성공단기업 협회장을 비롯해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협회는 개성공단이 2016년 2월 10일 전면 중단된 이후 입주기업이 생산 기반을 한순간에 상실하며 극심한 경영난에 내몰렸다고 밝혔다. 공단 폐쇄 당시 공장과 설비를 현지에 두고 철수한 기업들 가운데 약 30%는 폐업했다. 나머지 기업 역시 장기간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하지 못한 채 존속 위기에 놓였다.
일부 기업은 국내에서 더 이상 생산을 이어가기 어려워 해외 이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중단 이후 베트남과 미얀마, 중국 등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겨 공장을 가동한 기업은 30여 곳에 달한다. 현재는 대부분 베트남으로 이전한 상태로, 개성공단 중단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인들은 공단 중단 이후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공장과 설비를 직접 점검하지 못한 현실을 호소하며, 최소한의 자산 현황 확인을 위한 개성공단 방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3년 일시 가동 중단 당시 침수와 훼손 피해를 입었던 설비가 10년 동안 방치된 상황에서 현재 상태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조경주 협회장은 “개성공단 폐쇄 10년이 지났지만 입주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단 재개 여부와 별개로 기업들이 버틸 수 있도록 현실적인 생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협회는 호소문을 통해 △공단 재개 전까지 기업 존속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 마련 △자산 점검을 위한 제한적 개성공단 방문 허용 △남북 간 대화 재개를 통한 개성공단 정상화 노력을 정부에 요구했다. 아울러 북측 당국에는 기업인들의 공단 방문 승인을, 미국 정부에는 자산 보호 목적의 방문이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줄 것을 각각 요청했다.

협회는 특히 정부가 이미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확인한 지원 금액에 대해서만큼은 전액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회 측에 따르면 통일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피해액은 약 7000억원 규모이지만, 이 가운데 약 830억원은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개성공단에서 의류 제조 공장을 운영했던 성현상 만선 회장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보험 형식으로 지원받은 금액도 공단이 재개되면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어 실질적인 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정부가 직접 확인한 피해액만큼은 지원이라는 이름이든 어떤 방식이든 기업들에게 지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휴업 상태인 녹색섬유의 박용만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현재까지 약 10차례 개성공단 방문을 신청했지만 아직 단 한 번도 공장을 다시 밟아보지 못했다”며 “아무런 잘못 없이 고통받고 있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공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이었을 뿐이며, 다만 그 장소가 개성이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