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디지털 결합 도전…“예측 가능한 심사 체계 마련 기대”

한미약품이 디지털융합의약품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에 도전한다. 한국인에게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비만 신약에 식이·운동 습관 개선을 돕는 디지털 의료기기를 더해, '복용하는 치료'에서 '관리하는 치료'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포부다. 혁신 기술의 시장 진입을 도울 규제 혁신이 숙제로 남았다.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비만 치료 디지털융합의약품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국산 첫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에페)'의 신약 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하반기 상용화가 목표이며, 디지털 치료제를 결합한 개념으로도 인허가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전무)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전무)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전무)은 “지난해 1월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후 식약처와 디지털융합의약품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개발 전략을 지속 협의해 왔다”면서 “베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과 내부 사용성 평가를 마쳤고, 현재 임상시험계획서·품질관리·기술문서 준비와 앱 고도화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디지털융합의약품은 한미약품의 독자 신약 기술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건강한 체중 감량' 효과 극대화를 노리는 제품이다. 에페는 국내 비만 성인 448명 대상 임상 3상에서 최대 30%의 체중 감소 효과와 평균 9.75%의 평균 체중 감소율을 확인했다. 한국인 체형과 혈당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GLP-1' 개발 전략 덕분이다.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주 1회 투여만으로 치료 효과를 낸다.

김 전무는 “에페는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직접 생산하는 구조로 글로벌 제약사가 직면한 공급 불안에서 자유롭다”면서 “경제적인 가격으로 국내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에페는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돼 관련 임상 데이터를 다수 보유했다. 한미약품은 에페를 대사질환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장해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

한미약품의 비만 치료 파이프라인 'H.O.P프로젝트'(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의 비만 치료 파이프라인 'H.O.P프로젝트'(사진=한미약품)

에페와 병용하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인공지능(AI)이 환자 혈당과 식단 등을 분석해 적합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안내한다. 단순 약물 치료 외에 식이·운동 요법이 더해져야 체중 감량 효과가 두드러진다는 학계 권고와 임상 사례를 반영했다. 투약에 머무른 해외 비만치료제와 달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일상에서도 비만 관리를 돕는다.

김 전무는 “디지털 의료기기를 활용하면 환자 식이·운동 순응도를 높이고, 개인 맞춤형 코칭으로 근력·체력·운동 수행 능력 등 신체 기능 전반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식이·운동 행동 변화를 데이터로 관리하면서 약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해 '건강한 체중 감량'이라는 핵심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선례가 없는 디지털융합의약품은 한미약품 도전정신 상징이면서도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요소이기도 하다. 의약품과 디지털 의료기기의 경계에 위치한 새로운 개념으로 개발·평가 체계와 임상 설계, 허가 절차 전반에서 참고할 기준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정부의 디지털의료제품 규제 합리화 기조에 맞춰, 보다 예측 가능한 심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 전무는 “혁신 신약과 디지털융합의약품은 기존 틀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산업계와 규제당국이 긴밀히 소통하며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면서 “의약품과 디지털기기를 통합 심사할 수 있는 전담 창구, 융합 제품에 특화된 임상·실사용 데이터(RWD) 평가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