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연 소진공 이사장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라…'새벽배송 정책' 신중해야”

인태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임 이사장이 최근 당정에서 논의 중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추진과 관련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자칫 대기업 간 경쟁 구도 속에서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연내 소상공인의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인 이사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논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자영업자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정책 결정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가 예상되는 당사자들을 고민의 주체로 참여시켜야지, 국회에서만 논의하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인태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임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인태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임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을 찾아 기자들과 인사 나누고 있다.

그는 “이미 유통시장은 과잉 상태”라고 지적하며 대형 유통업체의 복합쇼핑몰·온라인몰 확장 등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인 이사장은 “대기업 계열 점포가 많은 상황에서 추가로 새벽배송까지 전면 확대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사회적 조절 기능이 발동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소상공인의 역할을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나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 이사장은 “도시 공간 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점포들이 심야 시간대 자연스러운 안전망 역할을 하고, 관광자원 형성에도 기여한다”며 “이 같은 사회적 가치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진공은 자체 연구 인력을 활용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계량화하는 연구를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인 이사장은 “그동안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사회적 가치를 숫자로 환산한 적이 없다”며 “치안 안정 효과, 관광 기여도, 지역경제 순환 효과 등을 계량화해 정책 판단의 근거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소상공인 정책을 논의할 때 소진공 연구자료를 참고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인 이사장은 취임 이후 대구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대전 중앙시장 등 현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체감경기를 점검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보다 현장 상황이 더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한 명이라도 더 정책의 수혜를 받고, 하루라도 더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