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빗썸 사태, 교과서적 처리가 순리다

금융은 시스템과 신뢰로 움직인다. 세계적으로 하루에도 수천조원 규모가 움직이는 이 시장에 질서가 무너지면 그것 자체로 재앙이라 할 수 있다.

0 숫자 하나가 더해져도, 빠져도 난리가 난다. 하물며 무제한 등락폭에 거래량조차 가늠할 수 없는 가상자산 시장에선 여러 안전장치가 없다면 믿을 구석은 더 좁아진다.

최근 우리나라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초대형 오지급 사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우리 가상자산 거래의 본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거래시장 점유율 30%가량을 책임지는 곳이 이러할 진데, 다른 후발·영세 거래소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11일 빗썸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들은 한결같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 금융회사에 준하는 당국의 관리와 내부통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로선 빗썸 같은 가상자산거래소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의거해 가상자산사업자로 정의되며,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이전·보관·관리 등을 영업하는 주체로 규정돼 있다. 말 그대로 사업자 또는 영리추구자로 분류된다.

이에 반해 한국거래소(KRX)는 자본시장법·한국거래소법 등 규정에 따라 운영되며, 시장별 매매거래 제도를 통해 이중삼중의 공개성·투명성 의무를 지고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거래 자산 규모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신뢰 시스템이란 건 규모를 초월한 근본 조건이다.

또 하나 빗썸 사태가 드러낸 최악 문제는 거래소 보유물량의 물경 2000배에 가까운 가치의 비트코인이 뿌려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앞으로 있을 보유검증 중심의 2차 규제 입법 단초가 된 것은 물론이고, 시장 참여자의 실질 금전 피해의 원인이 됐다.

오지급 직후 일어난 패닉셀로 인한 일시 급락과 함께 차입 매수자 강제매도 같은 피해가 실제 일어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주식 공매도 처럼, 없는 유령 코인을 만들어 가격 흐름에 개입할 수 있는 개연성을 드러낸 것 하나만으로도 자산 거래소 기능으로선 씻을 수 없는 오명이다.

이날 현안질의에서 금융감독 당국은 사실상의 불개입, 방임 상태인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했다. 이런 구두 의지로는 부족하다. 가상자산거래소 보유 규모와 장부상 지급 여력 등을 종합 점검하고, 무엇보다 자율규제에 맡겨 놓은 거래관리 체계를 제도권 안으로 시급히 들여와야 한다.

이번 사태를 가상자산거래소의 운영·관리에 관한 제도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해결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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