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AI시대 심장 데이터센터…한국, '물·에너지 블랙홀' 막을 준비 됐나

김준범 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
김준범 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기술 진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의 폭발적 성장은 우리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물과 에너지 블랙홀'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프랑스 생태전환청(ADEME)의 최신 보고서는 우리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있다.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415TWh로 프랑스 1년 전체 전력 사용량과 맞먹으며, 2035년에는 현재보다 3.7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에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닌 국가적 생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보급은 에너지 소비 패턴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연구원인 샤오레이 연구에 따르면, 약 100단어 분량의 챗GPT 답변은 물 한 병을 소비하고 발광다이오드(LED) 전등 14개를 한 시간 동안 켜두는 것과 맞먹는 전력 소비를 필요로 하며,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텍스트 검색보다 60배나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에너지 생태계의 재편을 의미한다.

데이터센터의 물-에너지 넥서스(Water-Energy Nexus) 구조도.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소모하는 동시에 막대한 열을 뿜어내는 거대한 열 교환기와 같다. 발전소에서 생성된 전력이 데이터센터로 흐를 때, 시스템을 식히기 위해 저수지의 차가운 물이 끊임없이 유입된다. 하지만 이 물은 다시 저수지로 돌아가 온도를 높이거나, 냉각탑을 통해 증기로 사라지며(증기/수분 손실) 지역 수자원 생태계에 부담을 준다.
데이터센터의 물-에너지 넥서스(Water-Energy Nexus) 구조도.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소모하는 동시에 막대한 열을 뿜어내는 거대한 열 교환기와 같다. 발전소에서 생성된 전력이 데이터센터로 흐를 때, 시스템을 식히기 위해 저수지의 차가운 물이 끊임없이 유입된다. 하지만 이 물은 다시 저수지로 돌아가 온도를 높이거나, 냉각탑을 통해 증기로 사라지며(증기/수분 손실) 지역 수자원 생태계에 부담을 준다.

◇물과 에너지…데이터센터 생존의 두 기둥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가장 급증하는 위협은 바로 물 부족 문제다. 평균적인 데이터센터 한 곳은 연간 약 60만㎥ 물을 소비하는데,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6.5개를 매일 가득 채우는 양에 해당한다.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35~40%를 차지하며, 냉각 과정에서 소비되는 물의 80%가 단순히 증발된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물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에 속한다. 국내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수도권과 충청 지역은 지속적인 가뭄과 물 수급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여름철 전력 소비 최대치와 물 수요 최대치가 중첩되는 한국의 특성상, 데이터센터 냉각용 물 소비는 국가 물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해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에 맞먹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AI 전용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 패턴이다. 이러한 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4~5배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며, GPT-5와 같은 대규모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는 최대 650㎿h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디지털 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3%에 달하는 등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국가 전략인 반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은 지속적인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가 이미 90GW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증가는 국가 에너지 시스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ET시론]AI시대 심장 데이터센터…한국, '물·에너지 블랙홀' 막을 준비 됐나

◇프랑스의 경고와 한국의 현실

프랑스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량을 2030년까지 40%, 2040년까지 50%, 2050년까지 60% 감축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또 작년 10월부터 1㎿ 이상 데이터센터는 폐열을 회수·활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했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디지털 생태계의 근본적 재설계를 의미한다. 한국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데이터센터 효율 등급제를 도입했으나 여전히 자율 참여에 머물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의 정책은 여전히 단편적이며, 물-에너지 넥서스(연계성) 관점에서의 통합적 접근이 아직도 많이 미약하다. 더욱이 한국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효율(PUE) 평균치는 1.6 수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1.2~1.3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가 있다.

◇한국이 취해야 할 5대 전략적 전환

데이터센터의 물과 에너지 소비는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냉각 시스템 개선은 동시에 물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한국은 물사용효율(WUE) 지표를 공식 성과지표로 도입하고, 냉각수 재순환 시스템 의무화, 공기 냉각과 액체 냉각의 혼합 시스템 장려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계절별 기후 특성을 고려한 적응형 냉각 시스템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단순한 배출물이 아닌 가치 있는 에너지원이다. 프랑스가 의무화한 폐열 회수 시스템은 한국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우리는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 단계부터 지역 난방망, 수영장, 온실, 공공시설 등과의 연계를 계획해야 한다. 서울, 부산, 대전 등 대도시 주변의 데이터센터를 지역 열병합 발전 시스템과 통합하면 도시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다.

AI가 문제의 원인이라면, 동시에 해결책이기도 하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의 역량을 에너지 효율 AI 칩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저전력 신경망처리장치(NPU), 양자화 기술, 경량화 모델 연구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또 AI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을 개발해, 구글 딥마인드 사례처럼 냉각 에너지 소비를 40% 이상 절감하는 기술을 상용화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탄소 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24년부터 데이터센터 에너지효율지표(PEE)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2024년 1월 1일부터 데이터센터 운영자가 사용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유럽처럼 한국도 단계적 이행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해상풍력, 태양광 등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데이터센터의 직접전력거래계약(PPA)을 활성화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연계를 통한 안정적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소비자와 기업이 정보를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탄소 배출량 표시제, 디지털 서비스의 에너지 효율 등급제 등을 도입하여 시장 원리에 기반한 저탄소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프랑스의 '기후중립데이터센터협약'과 같은 산업계 자발적 협의체를 구성해, 전력사용효율(PUE) 목표를 향후에는 1.3~1.4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주권과 생태적 책임의 조화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기술 인프라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거점이다. 한국이 AI와 디지털 경제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에너지와 물 소비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경제 모델, 도시 계획, 에너지 정책이 통합된 포괄적 전략이 요구된다. 프랑스 생태전환청이 제시한 다섯 가지 시나리오 중 한국에게 가장 적합한 것은 '녹색 기술'과 '지역 협력'의 결합이다. 우리의 기술 역량을 에너지 효율 혁신에 집중하고, 데이터센터를 지역 에너지 생태계의 일부로 재구성해야 한다.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는 데이터센터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동시에 지속 불가능한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경제 자체를 위협한다. 이제 한국은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의 교차로에 서 있다. 우리의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 에너지 지형을 결정할 것이다. 물과 에너지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다. 데이터센터가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 가능한 디지털 경제의 심장'이 되기 위해,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

김준범 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

〈필자〉프랑스 3대 공과대학 중 하나인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로 2012년부터 재임 중이다. 1976년 설립된 프랑스한인과학기술협회(ASCOF) 제27대 회장, 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과 유럽환경에너지협회 (EEEA)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EEEA는 유럽에서 환경·에너지 분야 기업, 연구소, 학교에서 근무·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김 교수는 올해 3월 1일부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로 임용될 예정으로, 이후 한국과 유럽 간 국제공동연구를 활성화하고, 국내 중소기업의 유럽 진출을 위한 가교 역할은 물론 과제 발굴과 기술 향상에도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