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녀는 잠꾸러기'라는 말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잠을 자는 동안 생성되는 수면 호르몬이 피부 건강을 비롯한 미용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증명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무조건 길게 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숙면 과학이 뷰티를 만나 '슬립 뷰티' 트렌드가 탄생했다.
슬립뷰티는 최근 단순 유행이 아니라 '웰니스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수면과 뷰티가 결합해 기존의 단순 야간 스킨케어를 넘어, 잠들기 전부터 숙면 경험 자체를 설계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피부 회복은 물론 심리적 안정과 감각적 이완까지 돕는 웰니스 문화로 확산하며 다양한 제품군이 등장하고 있다.
'필로우 미스트'는 잠들기 전 슬립뷰티 루틴 포문을 연다. 잠들기 1~2시간 전 침구에 필로우 미스트를 뿌리면 아로마 테라피 원리를 이용해 수면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특유의 향기를 맡으면 긴장을 줄이고, 세로토닌 등 진정 신경전달 물질 분비를 촉진해 숙면을 돕는 원리다. 록시땅 필로우 미스트는 라벤더, 베르가못, 만다린, 스위트 오렌지, 제라늄까지 다섯 가지 에센셜 오일을 섞어 향기 요법을 극대화해 제품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잠들기 직전 섭취하는 멜라토닌 보조제에 관한 관심도 크게 늘고 있다. 주요 유통 채널에서는 멜라토닌 관련 제품 검색량과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숙면 관련 아이템 코너를 별도로 마련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숙면과 피부 건강을 동시에 챙기려는 움직임에 멜라토닌이 함유된 콜라겐, 구미젤리 등 상품도 잇따라 출시됐다. 지난해 CJ올리브영 내 수면 관련 건강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상품군들도 지속 인기를 끌고 있다. 29CM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최근 3개월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베개, 이불 등 침구류와 수면 안대, 파자마, 암막 커튼 등 숙면을 돕는 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 3배 넘게 늘어났다.
슬립 뷰티는 기능성 화장품과 제품을 넘어 기술 기반 제품과 서비스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나 수면 트래커로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스킨케어 처방을 내주는 기술들도 등장했다. '질 좋은 수면'을 유도하기 위해 조명 관리,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규칙적인 수면 리듬 확립 등 생활습관 개선 서비스까지 영역이 넓어지는 추세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