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반도체 취업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론에서 실무로 이동하고 있다. 현장에서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공정 장비를 다뤄본 경험 등 실무 역량 중요도가 높아졌다.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 가치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주관 반도체 국비지원교육(KDC) 중 '스팟파이어(Spotfire)' 활용 과정이 이달 기수 모집 개시 30여분 만에 선착순 정원을 모두 채우고 마감했다. 통상적인 국비 교육 과정이 기수 모집에 1~2일가량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속도다.
과거 반도체 취업 시장의 요구 역량은 '8대 공정' 이론적 메커니즘 이해도가 중요했다. 최근 추세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 및 수율 관리' 능력에 관심이 높다. 고용노동부가 공고한 '2026년 K-디지털 트레이닝' 지침 역시 기업의 현업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학습 비중(PBL)을 전체 교육 시간의 30% 이상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스팟파이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첨단 팹 현장에서 수율을 분석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데이터 시각화 도구다. 인메모리(In-Memory) 엔진을 기반으로 불량 원인(Root Cause) 추적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 가능하다.
유료 라이선스 비용이 고가여서 개인이 접하기 어렵지만, 이번 과정은 국내 공급 업체와의 협약으로 정품 라이선스와 삼성전자 임직원 전담 강사진을 배치해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기업 준비생들에게는 '클린룸 실습 유무'도 서류 전형에서 중요해졌다. 대기업 면접에서 실제 장비 조작 경험을 묻는 질문이 보편화되면서, 학부생들에게 실습 수료증은 이른바 '직무 성의'를 증명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ISRC)나 명지대 반도체공정진단연구소 등 주요 거점 대학의 단기 실습은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포토(Photo), 에칭(Etch) 장비를 직접 다뤄볼 수 있는 기회다. 민간 사설 교육 기관의 실습비가 3일 기준 60만~120만 원대에 형성된 반면, 대학 및 국비 지원 과정은 무료이거나 저렴해 인기가 높다.
반도체 교육 수요가 지속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의 '싸피(SSAFY)'는 최근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트랙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의 '청년 하이파이브(Hy-Five)'는 협력사 채용 연계형 모델로 평균 2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 공정이 지능형 제조(Smart Factory)로 진화하면서 데이터 도구 활용 능력과 공정 실습 경험이 엔지니어의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