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 연구팀이 인공지능(AI) 시대 메모리 성능과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인 '산화물 반도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김현재 교수 연구팀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이중 입력 기반 멀티레벨 메모리' 기술을 재료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독일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FM)'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존 반도체 방식인 전기적 신호 제어(0과 1)에 '빛'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추가했다. 빛과 전기라는 두 가지 독립된 입력을 제어해 단일 소자에서 64개의 멀티레벨 상태(64-level)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정보를 담는 '그릇'의 개수가 소자당 64배 늘어난다. 반도체 칩의 물리적 크기를 늘리지 않고도 처리 정보량을 확장 가능해, HBM 이후 고집적 차세대 메모리 구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전력 소모가 크고 미세화가 어려운 기존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산화물 반도체'로 극복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전기와 빛 두 가지 신호를 모두 활용하는 방식은 최근 반도체 업계가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 중인 '실리콘 포토닉스(광 반도체)' 기술과 궤를 같이한다. 빛을 신호로 직접 받아들여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 중 발생하는 열과 병목 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와 같은 고도의 병렬 연산 처리 능력은 인간의 뇌 시냅스 연결강도를 모사하는 '뉴로모픽(뇌모사)' 컴퓨팅 환경에서도 필수다.
김현재 교수는 “현재 우리 메모리 산업이 주력하고 있는 HBM 그 다음 레벨은 결국 '뉴로모픽' 컴퓨팅”이라며 “이처럼 이번 연구는 기존의 전기 신호 방식에 빛을 더해 차세대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는 소자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와 더불어 '강유전체 트랜지스터(FeFET)'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한 연구 성과도 최근 공개했다.
FeFET는 D램 등에서 데이터 저장 역할을 하는 캐패시터를 없애고 트랜지스터 자체가 메모리 기능을 수행하게 만든 소자다. 비휘발성 특성과 저전력 동작이 장점이다. 현재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D램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캐패시터리스(Capacitor-less)' 메모리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다만 반복적인 동작 시 발생하는 데이터 오류와 짧은 수명이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김현재 교수팀은 반도체 내부의 '산소 결함'을 위치별로 정밀하게 조절하는 독자적인 공법을 도입해 이를 해결했다. 10년 이상 데이터 보존 가능성과 1000만회 이상의 반복 동작 안정성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