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웅 한국전기연구원 전략정책본부장, KIST 미래재단석학상 외부기관 첫 수상

국내 탄소나노소재(CNT·그래핀) 분야 연구를 개척해온 이건웅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략정책본부장(책임연구원)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래재단석학상을 수상했다.

이건웅 한국전기연구원 전략정책본부장.
이건웅 한국전기연구원 전략정책본부장.

KIST는 2024년부터 과학기술계에 꼭 필요한 훌륭한 석학에게 연구장려금 5000만원의 미래재단석학상을 수여했다. 그동안 KIST 내부 연구원만 수상했으나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외부 석학 연구자로 대상을 확대했다. 그 첫 수상자가 바로 이건웅 본부장이다.

그는 “20년 넘게 한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연구자로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동안의 연구 성과까지 인정받으니 더없이 영광스럽다”라면서 “미래재단석학상 외부 개방 소식에 가장 먼저 저를 떠올렸다는 김남균 원장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0년대 초 탄소나노소재의 물리적 특성이나 합성 기술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었으나 화학적 응용과 복합화 기술 기반은 미비했다. 이 본부장은 일찍이 단일벽탄소나노튜브(SWCNT)와 그래핀의 화학적 특성 규명 및 분산·복합화 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국내 학계와 산업계 전반에 관련 연구가 확산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이 본부장은 “2005년 KERI에 합류하고 처음으로 탄소나노소재 연구를 제안했는데 당시 박동욱 원장님께서 좋게 보시고 팀 단위 연구를 허락하셔서 신입이 4달 만에 팀장이 되는 초유의 경험을 했다”라면서 “이후로도 인력이나 예산 등 연구원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전을 통해 산업화에 기여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2008년 터치패널 기반이 되는 투명전극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용액코팅용 고정밀 분산기술을 개발하고 10억원대의 기술이전 성과를 거뒀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은 기반 전자잉크를 대체할 수 있는 구리-그래핀 복합잉크 기술과 이차전지 용량 증대를 위한 실리콘-그래핀 복합음극제 제조 기술도 성공적인 기술이전 사례로 꼽힌다. 이 본부장의 누적 기술이전 실적은 총 51억9000만원으로 KERI 내에서도 독보적인 1위다.

전기 연구에 특화된 KERI에서 나노 소재 연구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도 앞장섰다. 대표적인 게 KERI 창원 본원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e-나노소재 화학·습식공정 플랫폼'이다. 화학 실험에 최적화된 설계를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항온항습실, 드라이룸 등을 갖춘 신소재 개발 거점으로 이 본부장이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건웅 본부장이 e-나노소재 화학·습식공정 플랫폼 내 실험실과 주요 장비 등을 소개했다.
이건웅 본부장이 e-나노소재 화학·습식공정 플랫폼 내 실험실과 주요 장비 등을 소개했다.

이 본부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기업이 원하는 기술, 기업이 당장 쓸 수 있는 기술을 항상 염두에 두고 100번 시도하면 100번 같은 결과가 나오는 완성도를 추구해야 한다”라면서 “그래핀도 아직은 사업화 성과가 초기 단계지만 소재 복합화를 통해 곧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활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연구만큼이나 연구기획이 중요해졌는데 이건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소통과 융합이 중요하다”라면서 “연구자들도 연구실에만 있을 게 아니라 나가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지식과 필요를 공유하면서 시야를 넓혀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