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라이프] 8평 주방에 1억원...그래도 잘 팔린다

“냉장고 보러 왔다가 집 다 고치게 생겼습니다.” 서울 강남 명품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LG전자 초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KS)' 쇼룸 'SKS 서울'을 방문했다.

목적은 명확했다. “과연 초프리미엄 주방 가격표는 얼마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30평대 아파트 평균 주방 크기인 약 23㎡(약 7~8평) 공간을 SKS로 채우는 비용은 '1억원'에 육박했다. 차 한 대 값, 아니 지방 소형 아파트 전세 값에 맞먹는 금액이다. 놀라운 것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LG전자는 주방에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 견적서 받아보니...가전 4000만원, 가구 5000만원 이상 “합이 1억원”

기자가 도면을 들고 상담 테이블에 앉았다. 30평대 평균 사이즈인 7~8평 주방을 SKS 전문 디자이너와 함께 채워나갔다. 단순히 냉장고 등 주방 가전을 고르는 과정이 아니었다. SKS 핵심인 '컬럼(Column) 냉장고'와 '컬럼 냉동고'를 조합하고, 그 옆에 18인치 와인 셀러를 배치했다.

아일랜드 식탁에는 서랍형 냉장고와 5구 인덕션, 그리고 다운 드래프트 후드를 설치했다. SKS 전용 스팀 오븐과 식기세척기도 더했다. 가전제품 가격만 약 4000만원대다. LG전자 일반 프리미엄 라인 '오브제 컬렉션'으로 구성했을 때와 비교하면 3~4배 금액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빌트인(Built-in)' 완성은 가구다. SKS 제품은 가구와 완벽한 일체감을 이루도록 설계돼 고객 니즈에 맞춘 전용 도어 패널과 수납장이 필수다.

SKS 서울 관계자는 “수입 명품 가구(이탈리아 아크리니아 등)로 맞출 경우 주문 이후 배송까지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고 비용은 수억원대로 뛴다”며 “국산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로 맞추면 가구 비용만 약 5000만원, 무늬목 등급에 따라 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SKS 가전과 한샘 넥서스 가구로 꾸며진 SKS 쇼룸
SKS 가전과 한샘 넥서스 가구로 꾸며진 SKS 쇼룸
SKS 가전과 이태리 수입가구로 꾸민 SKS 서울 쇼룸
SKS 가전과 이태리 수입가구로 꾸민 SKS 서울 쇼룸

◇ “가전이 아니라 공간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SKS 서울은 단순한 가전 쇼룸이 아니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이어진 공간은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이자, LG전자가 꿈꾸는 '미식가'들의 성지다. 쇼룸과 식당, 실제 요리 수업이 이루어지는 스튜디오까지 한 공간에 배치해 LG전자 프리미엄 가전 노하우를 경험할 수 있게 꾸몄다.

안내 데스크부터 실제 주방에 들어가는 수입산 아일랜드 식탁으로 만들어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냈다.

지하는 실제 집처럼 꾸몄다. 이곳에서 만난 SKS 제품은 가전이라기보다 건축의 일부 같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컬럼 냉장고'였다. 인치별로 마련된 냉장고, 냉동고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붙이거나 뗄 수 있는 모듈형 제품이다. 내부는 플라스틱이 아닌 알루미늄으로 마감했다. 냉기 보존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조명이 켜지니 마치 보석함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닫히는 힌지(경첩) 기술은 고급 수입차 문을 닫는 느낌과 흡사했다. 와인 셀러는 내부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너도밤나무 원목 선반을 적용했다.

SKS 서울 전문 디자이너가 도면을 놓고 상담하고 있다.
SKS 서울 전문 디자이너가 도면을 놓고 상담하고 있다.

◇ LG전자가 가구 디자인까지? “스트레스 제로에 도전”

기존 빌트인 시스템은 인테리어 업체가 가구를 짜고, 마지막에 가전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사이즈가 안 맞아 기껏 맞춘 가구를 갈아내거나, 문이 제대로 안 열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SKS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부터 실측, 디자인, 시공, 감리, 그리고 사후관리(AS)까지 10단계가 넘는 과정을 전담 팀과 파트너가 총괄한다.

쇼룸에 상주하는 전담 디자이너가 현장에서 벽 수평부터 배수관 위치까지 체크한다. 가구와 가전 사이 1mm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조창현 SKS서울 팀장은 “가전 따로, 가구 따로 알아보러 다니는 발품을 줄여주고,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것이 진정한 프리미엄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 빌트인의 미래... “주방은 요리만 하는 곳이 아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SKS 매출은 매년 두 자리수씩 성장하고 있다. 수 년 전만해도 고급 빌라나 대형 주택, 펜트하우스 거주자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최근에는 30~40평대 일반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젊은 층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에서 B2B 공급량도 늘고 있다.

LG전자가 바라보는 빌트인 가전 미래는 주방이 더 이상 '가사 노동 공간'이 아닌 '가족 소통 공간'이자 '집안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SKS 서울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빌트인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한국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가전을 공간에 녹여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SKS 서울을 나서며 든 생각은 하나였다. 1억원은 비싸다. 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공간의 품격이 달라지고, 10년 이상 쓸 '작품'을 집에 들인다고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LG전자 초프리미엄 전략, SKS는 한국 주거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