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쟁력은 이제 단순히 인공지능(AI)을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AI라는 새로운 디지털 동료를 인간 구성원과 어떻게 결합해 지능적인 유기체로 거듭나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를 지나, 인간의 직관과 AI의 연산 능력이 조화를 이루는 '하이브리드 인텔리전스'가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AI 에이전트는 조직의 신경망을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이를 지휘하는 리더십이 단순 효율을 넘어 기업의 존재 방식과 경쟁 법칙을 완전히 새로 쓸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신문이 26일 개최한 'CIO서밋2026'에서 CIO들은 AI와의 공존을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꼽으며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경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가 좌장을 맡은 패널 토의에는 오현식 롯데이노베이트 상무, 이경종 KB국민은행 상무, 임준석 연세대학교의료원 실장이 참여해 70분간 각 산업 현장의 실전 전략을 공유했다.
◇ AI 활용 “속도 보다 효과적수용”
AI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더딘 조직의 '준비성'은 모든 기업이 안고 있는 숙제다. 이에 대해 CIO들은 준비성을 AI와 공존의 핵심으로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임준석 실장은 “의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AI 준비성은 기술 그 자체보다 이를 받아들일 구조와 아키텍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 데이터는 보안상 폐쇄망에 있어 외부 AI와 연결이 어렵고 표준화도 부족한 상태”라며 “데이터가 AI까지 흐를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거버넌스를 정리하는 것만큼이나, 현업이 AI를 업무 설계 도구로 이해하는 '인간 준비성'을 조직 인프라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내 업무 중 어디까지 AI가 적합한지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 '시민 개발자' 생태계가 형성될 때 AI는 실제 역량으로 전환된다”고 역설했다.
오현식 상무는 기술 준비성 측면에서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멀티 모델 전략'과 함께 '피지컬 AI'를 핵심 아젠다로 제시했다. 오 상무는 “가트너의 10대 기술이자 정부의 핵심 아젠다인 피지컬 AI는 제조업과 유통업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며 “물류 창고 자율 피킹이나 제조 품질 검사처럼 소프트웨어 AI가 물리적 세계와 결합하는 지점이 다음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마케팅 용어인 '에이전트 워싱'에 속지 말고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진정한 에이전트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술 지표는 실시간으로 측정되지만 인간 준비성은 그렇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 준비성의 정량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종 상무는 '변화관리, 체감,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조직의 특성에 맞는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구성원이 이를 활용하도록 주도하는 것이 AX 조직의 역할”이라며 “직원이 사용자를 넘어 에이전트 생산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진대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업 사용자 입장에서 체감 효용이 가장 큰 영역부터 발굴해 AI 서비스를 적용하고,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서비스의 조기 안착을 돕는 것이 인간 준비성과 조직 속도를 맞추는 핵심 전략이다”라고 답했다.
◇ CIO, '지능의 지휘자'로 거듭나야
멀티 에이전트 시대 CIO가 갖춰야 할 리더십 역량으로는 '지능의 지휘자'가 필수로 지목됐다.
이 상무는 “미래의 리더십은 IT 관리자를 넘어 기술과 전략을 아우르는 지능의 오케스트레이터가 돼야한다”고 단언했다. 이 상무는 “현장의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기술을 결합하는 역발상적 접근과 데이터·모델 경쟁력 내재화가 필수적”이라며 “직원이 AI를 대체자가 아닌 동료로 인식하게 만드는 변화관리는 기획 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주와 은행 조직에서 전략과 디지털, AI를 통합해 기술적 통찰이 경영 전략에 즉각 동기화하는 구조를 만든 것처럼, 리더는 AI 성과가 금융의 본질인 신뢰로 연결되도록 책임지는 지휘자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 실장은 CIO의 역할을 '워크플로우 설계자'로 규정하며 프로세스 혁신(PI)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실무자는 AI로 일을 빨리 끝내려 하지만, CIO는 그 일이 과연 필요한지를 묻고 필요 없다면 과감히 제거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주 수많은 보고서를 쓰는 대신 AI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파악해 필요할 때 띄워준다면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행위 자체를 없앨 수 있다”며 “단순히 시스템을 도입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AI의 기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지휘자로서의 CIO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오 상무는 “차세대 리더는 감독자가 아닌 오케스트레이터로서 비즈니스 판단력과 기술 유창성, 윤리적 인식을 결합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그는 성공적인 리더십 역량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멀티모델 전략처럼 변화에 대응하는 민첩성, 둘째는 최고의 솔루션을 연결하고 조합하는 실행력, 셋째는 AI 거버넌스와 윤리적 판단력, 마지막으로 실험과 실패가 학습으로 전환되는 문화를 시스템으로 보장하는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휘자가 각 악기의 전문성을 이해해 하모니를 만들듯, AI 에이전트와 인간 구성원이 만드는 '지능의 앙상블'을 조율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의 원천이다”라고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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