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 CI. [사진= 수출입은행 제공]](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3/03/news-p.v1.20260303.307a350f36a6401ebaf62cbaad286abf_P1.png)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원전·방산 등 초대형 전략 수출 프로젝트를 전담 지원할 '전략수출금융기금' 설립을 위한 구체적 이행 로드맵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금이 출범할 경우 수은이 국가재정법에 따른 기금 관리·운용 주체로 직접 나서는 첫 사례가 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최근 전략수출금융기금의 설립 구조와 재원 조성, 운용 체계를 포괄하는 마스터플랜 마련에 돌입했다. 1976년 창립 이후 자체 자본과 차입 재원을 기반으로 여신을 공급해 온 수은의 역할이 국가 재정 기반 정책금융 운용자로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로드맵에는 기금의 초기 재원 규모 산출과 중장기 적정 규모 추계가 포함된다. 원전 1기 수출에만 수조 원대 금융 패키지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 연도별 자금 소요를 추정하고, 이에 맞는 재원 조달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재원은 정부 출연과 보증을 기반으로 하되, 타 정책금융기관의 출연·기여와 시장 차입을 병행하는 복합 구조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기금의 사업 모델도 전략 산업 특성에 맞춰 구체화한다. 원전·방산 등 대형 사업은 자금 회수 기간이 길고 위험 요인이 복합적인 만큼 지원 대상과 프로그램 유형, 금융 조건, 직접 대출·보증·투자 등 지원 방식 전반을 별도로 설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 수은 여신과의 역할 분담 및 정책금융기관과의 협업 체계도 함께 정비될 전망이다.
운용 체계 역시 전면 재정비된다. 수은은 국가재정법에 부합하는 예산 편성 및 결산 체계를 마련하고, 기금 운용 조직 구성과 의사결정 절차, 사업별 리스크 관리 기준을 정립할 계획이다. 내부 통제 장치를 강화해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마스터플랜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수주전에서 겪어온 '금융 병목'을 구조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전환 조치로 풀이된다. 초대형 프로젝트는 장기·대규모 자금이 필수적이지만, 수은의 기존 자본과 여신 한도만으로는 충분한 지원 여력을 확보하는 데 구조적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글로벌 원전·방산 수주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주요 경쟁국들이 국가 단위의 대규모 금융 패키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기금 설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동·동유럽 등지에서 대형 원전 프로젝트 발주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금융 지원 체계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금은 수은 본체 자본과 분리된 별도 계정 형태로 조성돼 대규모·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전용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책금융 기능을 한층 강화해 국가 전략산업 수출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전략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법안 처리 속도와 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에 따라 기금의 실질적 위상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 규모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상징적 기구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향후 재정당국과의 협의 결과가 기금의 규모와 기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