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중심 가치와 데이터 권리를 강조하는 '2026 디지털 주권 선언'이 발표됐다. 1919년 3·1운동의 상징적 공간에서 열린 이번 선언은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에 인간 주체성과 디지털 자립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번 선언은 대한에이지테크협회 K-senior가 주최하고 메디써포트, 아시아블록체인도시금융협회, 한국지식재산관리재단 등이 공동 주관했다. 행사에는 시니어 세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확산과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공유하고자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욱희 대한에이지테크협회 회장은 선언을 통해 초거대 인공지능과 데이터 중심 사회로의 전환 속에서도 인간의 경험과 지혜가 핵심 가치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며,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에이지테크'는 디지털 소외를 해소하는 핵심 영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선언은 데이터 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제시했다. 개인은 데이터의 단순한 이용 대상이 아니라 생산자이자 주체로서 권리를 가지며, 인공지능의 연산 능력보다 인간의 윤리와 책임이 우선하는 사회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 발전을 부정하는 접근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디지털 질서를 설계하기 위한 방향 제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날 함께 발표된 행동 강령에는 세 가지 원칙이 담겼다. 먼저, 삶의 경험과 지혜를 데이터와 결합해 기술 생태계에 인간 중심 가치를 반영하는 '경험의 전수'가 제시됐다. 이어 특정 기업이나 자본에 의한 기술 독점을 경계하고 모든 세대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기술의 민주화'가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을 지향하되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는 '지속 가능한 공존' 원칙이 강조됐다.
행사 관계자는 “이번 선언이 시니어를 포함한 전 세대의 디지털 참여 확대와 함께, 인공지능 시대의 사회적 기준을 정립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령화와 기술 혁신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격차 문제를 공론화하고 정책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2026 디지털 주권 선언'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논의가 부족했던 인간 중심의 디지털 권리와 데이터 주체성 문제를 전면에 제기했다. 향후 에이지테크 산업과 디지털 정책 전반에서 인간 중심 가치와 책임 원칙을 강화하는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