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1분기 D램 가격 인상률을 100% 이상으로 확정했다.
지난 1월 70% 수준으로 협의했던 가격 인상 폭이 한 달 만에 더 커졌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폭증 후폭풍이 D램 가격의 월 단위 변화까지 불러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주요 고객사와 1분기 D램 공급 가격을 최종 결정했다. 서버·PC·모바일 등에 쓰이는 범용 D램 가격 인상률은 전 분기 대비 평균 10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가격이 두 배가 됐다는 의미로, 일부 고객사와 제품은 인상률이 100%를 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안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D램 공급 가격 협상을 마무리하고 일부 해외 고객은 이미 입금을 완료했다”며 “1월과 2월 사이 가격 변동이 반영돼 추가 인상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삼성전자 D램 가격 분기 인상률은 70%, 낸드는 100% 수준이었다. 〈전자신문 1월 26일자 1면 참고〉
당시에도 높은 인상률 때문에 업계 반향이 컸다. 메모리값이 대폭 뛰었지만 사려는 고객은 줄을 섰다. 일부 해외 빅테크 기업은 공급 물량 선제 확보를 위해서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공급 능력을 고려, 지속적으로 고객사와 가격 협상을 이어왔다. 공급 논의 중에도 수요가 급증, 1월에 이어 가격을 더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D램 등 메모리 공급 계약은 평시 연간 단위로 이뤄졌다. 최근 공급 부족으로 메모리 제조사는 분기 단위 계약을 유도하는데, 가격이 급변하면서 이제 월 단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모리 가격을 지속 올리는 건 비단 삼성전자만은 아니다. 업계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비슷한 수준으로 1분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 같은 기현상을 야기했다. AI 반도체 칩을 사들이는 AI 서비스 사업자(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연산을 뒷받침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생산능력이 HBM에 집중되면서 서버·PC·모바일용 D램 공급량이 제한됐다. AI 서버뿐만 아니라 AI PC, AI 스마트폰 등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이 부족하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형세다.
AI 성장이 진행형이라 메모리 가격 상승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칩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달 25일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 AI 거품론을 일축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이 전년 대비 130%(합산 기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도 D램과 낸드 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며 “오름세가 둔화할 수 있지만 가격 인상 자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