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결제 제도가 도입 10년 만에 핵심 구조를 바꾸며 본격적인 확산 기반을 마련했다. 그동안 이용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온 '동일 은행 계좌 의무'가 폐지되면서, 협력사들은 더 이상 계좌를 새로 만들지 않아도 상생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편의성 개선을 넘어 공급망 전반으로 상생결제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좌 제약이 사라지면서 2차, 3차 협력사 등 하위 협력사까지 제도 참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도 동일은행 계좌 의무가 제도 확산을 가로막는 문제로 보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그동안 구매기업이 특정 은행을 선택하면 1차 협력사뿐 아니라 그 아래 협력사까지 동일 은행 계좌를 개설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내부 승인과 자금관리 체계 변경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고, 이는 제도 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번 개선으로 계좌 개설이라는 진입 장벽이 제거됐다. 앞으로는 협력사가 사용하던 주거래은행 계좌 그대로 상생결제 약정을 체결하고 대금을 받을 수 있다. 구매기업과 협력사가 서로 다른 금융기관을 이용하더라도 결제는 문제없이 이뤄진다.
결제 인프라도 단순화됐다. 그동안 상생결제는 13개 금융기관의 영업점, 인터넷뱅킹, 별도 시스템 등 총 30개가 넘는 채널에 업무가 흩어져 있어 이용이 번거로웠다. 앞으로는 '이지싱크' 플랫폼에서 약정 체결부터 결제 처리, 채권 관리까지 전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이지싱크 플랫폼은 단순 결제 기능을 넘어 신탁 서비스, 재무 일정 관리 등 기업 맞춤형 기능까지 단계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흐름 관리까지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사용자 경험도 전면 개선됐다. 2012년 구축된 기존 시스템은 이용 편의성이 떨어졌고, 처음 접하는 기업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새롭게 구축된 '이지싱크' 플랫폼은 화면 구성과 기능을 이용자 중심으로 다시 설계해 협력사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상생결제를 '선택 가능한 제도'에서 '기본 결제 인프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공급망 전반에서 자금 흐름을 안정시키는 구조가 갖춰지면서 중소기업의 유동성 개선 효과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제전산원 관계자는 “그동안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불편이 계좌 제약과 복잡한 이용 절차였다”면서 “이번 시스템 개편을 통해 사용자 불편을 크게 줄였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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