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스포츠, SIMULIA Abaqus 기반 유한요소해석(FEA)으로 헬멧 개발 혁신… “실패 줄이는 것이 곧 경쟁력”

해외 프리미엄 헬멧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온 기도스포츠가 제품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다쏘시스템의 유한요소해석(FEA) 소프트웨어 시뮬리아 아바쿠스(SIMULIA Abaqus)를 도입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즈파크와 협력해 시뮬레이션 기반 헬멧 개발 체계를 고도화하며, 설계 단계부터 성능과 안전성을 예측 및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개발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기도스포츠 기술연구소를 이끄는 홍철호 연구소장은 앞으로의 제품 경쟁력이 물리 시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설계 초기 단계부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 홍철호 연구소장을 만나 SIMULIA Abaqus 도입 배경, 그리고 시뮬레이션이 가져올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도스포츠 홍철호 연구소장
기도스포츠 홍철호 연구소장

한편 기도스포츠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브랜드다.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브랜드를 키워 왔으며, MotoGP와 WSBK 선수에게 헬멧을 공급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두 대회는 세계 최정상급 모터사이클 레이싱으로, 극한의 속도와 충격 환경을 견뎌야 하는 만큼 헬멧에 요구되는 성능과 안전 기준이 각별히 엄격하다. 이에 준하는 헬멧을 꾸준히 연구 개발해 온 결과, 현재 유럽과 북미 프리미엄 헬멧 시장에서 수위를 다툴 만큼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직구로 제품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었고, 이에 아시아 두상에 맞는 형상으로 개발한 제품을 앞세워 최근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반복 시험으로 쌓아온 경쟁력, 그러나 한계도 있었다

기도스포츠는 그동안 실제 샘플을 제작하고 물리 시험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헬멧을 개발해왔다. 일정 높이에서 낙하시켜 충격값을 측정하거나, 외부 충격을 가해 손상 정도와 흡수 성능을 검증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제품군이 넓어지고 시장별 요구사항이 세분화되면서 기존 방식의 부담이 커지기 시작했다. 헬멧은 형상이 조금만 바뀌어도 재인증이 필요한 데다가, 시장별 인증 요구사항도 제각각이다. 또 기도스포츠는 매년 시장별 신모델을 기획하고 기존 모델도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연간 인증 대상 모델만 해도 적지 않다. 여기에 고객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빠른 개발과 더 높은 정밀도를 동시에 요구받는 상황이다.

부담은 비용과 시간으로 직결된다. 홍철호 연구소장은 하이엔드 헬멧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수백 회 이상의 시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산 직전에는 수백 개의 샘플을 제작해 규격 적합성을 검증하기도 한다. 그는 “물리 시험은 결국 실패를 실제 제품으로 경험하는 과정”이라며, “규격이 바뀌면 기존 경험치가 통하지 않아 샘플을 더 만들고, 더 시험하며, 더 버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유럽의 헬멧 안전 기준인 ECE 규격이 최근 22.05에서 22.06으로 개정됐을 때, 기도스포츠는 전 모델을 대상으로 인증 대응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이 경험은 기존 개발 방식의 한계를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자동차 산업 경험이 바꾼 시각… “헬멧도 설계 단계에서 검증해야”

기도스포츠가 시뮬레이션 도입을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홍 연구소장의 이전 경험이 있었다. 그는 헬멧 업계로 오기 전, 자동차 업계에서 근무하며 시험 체계의 변화를 직접 겪었다. 자동차 산업 역시 과거에는 실제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물리적 충돌 테스트를 반복하는 방식이었지만, 점차 시뮬레이션으로 설계 단계에서 검증하고 실패 비용을 줄이는 체계로 전환해왔다.

홍철호 소장은 “초기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검증한 뒤 샘플을 만들면, 물리 시험 횟수도 줄고 수정 사항도 줄어들어 결국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솔루션 선택 과정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실제 설계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이었다. 기도스포츠는 이미 다쏘시스템의 CATIA와 타 설계 툴을 활용하고 있었고, 3D 데이터 연계성과 엔지니어의 실제 활용 편의성 측면에서 SIMULIA Abaqus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즈파크에서 수행한 아바쿠스 해석 PoC 결과 화면
이즈파크에서 수행한 아바쿠스 해석 PoC 결과 화면
PoC로 검증한 것은 기술보다 ‘현실 가능성’

하지만 기술적 기대만으로 도입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내부적으로는 꽤 오랜 고민이 있었다. 시뮬레이션은 소프트웨어를 구매했다고 바로 성과가 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철호 연구소장은 중소 및 중견 제조기업이 시뮬레이션 도입을 주저하는 현실적인 이유를 이렇게 짚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전담 시뮬레이션 조직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결국 설계 엔지니어가 함께 운영해야 하는데, 도입 후 실제로 잘 쓸 수 있느냐가 더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도스포츠는 본격 도입에 앞서 사전 검증(PoC)을 진행했다. 이 솔루션이 자사 환경에서 실제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양산 중인 모델의 시험 데이터를 활용해 Abaqus에 동일 조건을 적용하고, 시험 결과와 얼마나 유사한 값이 나오는지 검증했다. 홍 연구소장은 “실제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결과가 거의 동일하게 나왔고, 그 점이 최종 도입 결정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즈파크의 역할이 컸다. 홍 소장은 “시뮬레이션이 낯선 상황에서 어떤 조건으로 설정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이즈파크가 처음부터 함께 방향을 잡아줬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공급을 넘어, 기도스포츠의 개발 환경에 맞는 활용 방식을 함께 설계해 준 것이다.

도입 이후가 더 중요… “데이터 축적이 경쟁력의 시작”

다만 홍 연구소장은 PoC가 모든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라고 말했다. “ 중요한 것은 앞으로 설계할 신모델에도 같은 방식이 통하느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질 및 구조 특성, 설계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내부에 꾸준히 축적해야 합니다. 시뮬레이션 도입은 툴 구매보다 그 이후의 운영 체계가 더 중요합니다.”

헬멧은 쉘, EPS, 내장재 등 여러 요소의 조합으로 전체 안전성이 결정되는 제품이다. 외피 한 부분만 해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각 재질과 구조 요소의 물성치를 지속적으로 데이터화해야 한다. 결국 시뮬레이션의 실효성은 기업이 자사 제품 데이터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쌓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홍철호 연구소장은 “기존에 경험적으로 쌓아온 자산을 이제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 데이터가 쌓이면 결국 회사만의 기술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도스포츠는 현재 정식 도입을 마치고 시뮬레이션 TFT를 구성해 이즈파크와 함께 데이터 축적과 해석 체계 정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목표는 2년 이내에 설계 단계에서부터 규격 만족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물리 시험은 최종 검증 중심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이즈파크와의 협업, ‘도입 이후’에서 차이가 났다

이즈파크는 다쏘시스템의 공식 파트너로서 SIMULIA Abaqus를 포함한 시뮬레이션 솔루션의 도입과 운영 지원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제조업 현장의 실무 환경을 이해하는 지원 체계가 강점으로, 단순 라이선스 공급을 넘어 고객사의 해석 체계 정립과 내재화까지 함께 지원한다.

홍철호 연구소장은 “해석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 해석 환경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이즈파크와 협업을 진행하면서 실제로 해석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내부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 연구소장은 파트너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중요하게 봤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과거 다른 공급사와의 협업 경험을 언급하면서, 유지보수와 추가 도입 과정에서 기대만큼의 대응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즈파크를 “처음 이야기했던 것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홍 연구소장은 “당장 큰 수익이 되지 않는 부분까지도 함께 지원해 주고, 교육이나 기술 지원 요청에도 성실하게 대응해 준다”며, “실제 경험해 보니 도입 이후 유지보수와 신뢰 측면에서 꾸준함이 가장 큰 차별점이었다”고 말했다.

홍철호 연구소장은 “또한 우리가 먼저 찾지 않아도 현재 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어떤 기술 변화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소개해 주고 필요한 제안을 해주는 점도 도움이 된다”며, “함께 방향을 고민하는 기술 파트너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목표는 개발비 30% 절감, 더 중요한 것은 ‘일정 리스크 축소’

기도스포츠는 시뮬레이션 체계가 안정화되면 개발비의 약 30%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홍 연구소장은 개발비의 상당 부분이 반복적인 물리 시험과 설계 수정, 실패 비용, 그리고 이에 따른 인력 투입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더 크게 보는 효과는 양산 일정의 안정화와 시장 대응 속도다. 규격 테스트 실패가 반복되면 양산 일정이 밀리고, 생산 일정과 출고 계획까지 연쇄적으로 영향받게 된다. 반대로 설계 단계에서 리스크를 미리 줄일 수 있다면, 계획된 일정에 맞춰 양산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홍철호 연구소장은 “규격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느냐가 시장 생존과 직결된다”며, “그런 점에서 시뮬레이션은 단순한 개발 보조 수단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준비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기반 검증 체계로, 다음 경쟁력을 준비하다

홍 연구소장은 시뮬레이션 도입을 고민하는 제조기업에 단기 성과보다 장기 경쟁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시뮬레이션 도입은 향후 5년과 10년의 경쟁력을 준비하는 일”이라며, “얼마나 꾸준히 운영하고 데이터를 쌓느냐가 도입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제조업은 앞으로 인력만으로 모든 시행착오를 감당하기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복적인 실패 비용을 계속 물리 시험으로만 감당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기반 접근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곧바로 대규모 투자부터 고민하기보다, PoC를 통해 자사 문제를 실제로 검증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철호 연구소장은 “처음부터 '바로 도입하자'고 해서 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어떤 문제를 갖고 있고, 무엇을 검증하고 싶은지부터 정리해 PoC를 해보는 것이 좋다. 만나보고 논의한다고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대화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전했다.

유럽과 북미 프리미엄 시장에서 인정받아 온 기도스포츠는 이제 헬멧의 경쟁력을 '완성된 제품'에서 '설계 단계의 검증 역량'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홍철호 연구소장이 말한 것처럼, 앞으로 프리미엄 헬멧의 차이는 더 이상 디자인과 브랜드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실패를 줄이고, 규격 대응 속도를 높이며, 더 안정적으로 품질을 확보하는 개발 체계 자체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