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안경형 AR' 완성할 마지막 퍼즐, 한국 연구진이 맞춘다

메타 리얼리티랩스 '대규모 광집적회로를 통한 평면 레이저 디스플레이(Flat-panel laser displays through large-scale photonic integrated circuits) 논문에 삽입된 기술 구현 이미지.
메타 리얼리티랩스 '대규모 광집적회로를 통한 평면 레이저 디스플레이(Flat-panel laser displays through large-scale photonic integrated circuits) 논문에 삽입된 기술 구현 이미지.

메타(Meta)가 사활을 걸고 개발 중인 차세대 증강현실(AR) 글래스에 국내 연구진의 광학 기술이 핵심 동력으로 투입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한상윤 교수 연구팀은 메타 리얼리티 랩스(Meta Reality Labs) 제품에 탑재될 '초소형 디스플레이 엔진'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술은 AR 글래스를 일반 안경처럼 가볍고 얇게 만들기 위한 광학 모듈로, 메타의 AR 로드맵 중 3단계에 해당하는 '오라이온(Orion)'의 소비자 버전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병기로 꼽힌다.

기존 LCoS(실리콘 상 액정) 방식 등의 AR 디스플레이 엔진은 레이저 광원, 렌즈, 거울, 빔 스플리터(Beam Splitter) 등 수많은 개별 부품을 물리적으로 배치해야 했다. 이로 인해 엔진의 부피가 커지고 무게가 무거워져, 기기가 안경이 아닌 투박한 고글 형태에 머무는 한계가 있었다.

한 교수팀이 개발 중인 소형 디스플레이 엔진은 이 복잡한 광학계를 하나의 반도체 칩인 '광집적회로(PIC)' 위에 구현한다. 앞서 메타는 지난 2025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이 연구의 기반이 되는 '평면 레이저 디스플레이' 기술 논문을 이론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한 교수팀은 해당 원천 기술을 실제 기기에 탑재 가능한 수준으로 최적화하고 고도화하는 후속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기술이 적용될 경우 디스플레이 엔진 부피는 기존 대비 80% 이상 절감되며, 전체 두께는 2.0mm 수준까지 얇아진다. 이는 일반 안경테 안에 디스플레이 엔진 전체를 완전히 매립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엔진 성능의 핵심은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의 접목이다. 기존 광학 칩이 열을 가해 빛의 굴절률을 바꾸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한 교수팀의 기술은 빛이 흐르는 통로인 '도파로'를 나노 단위에서 정전기력으로 직접 움직여 제어한다.

이 방식은 정전기 구동 방식을 채택, 전하를 한 번 충전하면 전류가 계속 흐르지 않아도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기존 방식보다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칩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이 거의 없다. 하루 종일 착용해야 하는 AR 글래스의 배터리 수명과 발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적 솔루션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한상윤 교수는 “라이다(LiDAR)처럼 빛을 칩 밖으로 정밀하게 쏘는 기술을 가시광 대역으로 전환하면 주사율이 높고 에너지 효율적인 초소형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하다”며 “두꺼운 렌즈를 반도체 공정으로 납작하게 압축하듯 칩 집적도를 높여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것이 이번 협력의 최종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